공부를 할수록 마음이 좁아지는 것 같아요

공부에 올인한 아이의 마음

by 아마르기

고등학교 1학년이 된 하림이는 학교생활에 무척 성실했다.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하는 것은 기본이고, 선행 학습으로 다져진 실력 덕분에 수학 시간에 발표도 자신 있게 했다.


수행평가가 있는 날에는 밤늦게까지 준비해,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보고서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방과 후에도 혼자 공부하는 것이 집중이 잘 된다며 교실이나 학교 정독실에서 복습노트를 작성한 뒤 하교하곤 했다.


'아이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 이러다가 금방 지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모든 에너지를 학교에 쏟아붓는 모습이 더 걱정스러웠다. 혹시나 아이가 타버릴까 봐.


연휴 때도 예외는 없었다. 하림이는 스터디카페에 갔다. 쉬고 싶었을 텐데도, '고등학생', '수험생'이라는 이름 아래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또 스스로도 그렇게 믿었는지 묵묵히 공부했다.


어느 날,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하림이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 공부를 할수록 마음이 좁아지는 것 같아요."


하림이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수행평가를 대충 넘기거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복사해 제출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공부를 할 때에도 정석으로 하는 편이다. 교과서 필기 정리하기, 문제풀이, 백지법까지... 하림이의 공부는 늘 '완벽'했다.


그런 하림이는 힘들어도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머릿속으로 생각의 눈덩이를 굴려 그것이 커지면 이렇게 짧은 말 한마디로 표현한다.


'공부를 할수록 마음이 좁아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하림이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많은 아이다. 내향적인 타입이긴 하지만 사람들과 대화할 때 경청하는 태도가 훌륭하며 수다스럽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던 아이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입시 경쟁의 장으로 뛰어든 하림이는 마치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가 된 것처럼 뛰었던 것 같다. 눈가리개를 쓴 경주마처럼, 마음이 좁아진다는 것은 바로 입시관문을 향해 달려갈 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의미한 게 아닐까.


실제로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 관계의 양과 질이 떨어졌다. 고1 때는 가끔씩 방과 후에 친구들과 카페도 가고, 시험기간이 끝나면 시내에 나가 영화 보고 노래방도 가곤 했다. 그런데 고2에 올라가면서 친구와의 교류가 점점 줄어들더니 지금은 따로 연락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마치 얼음공주처럼.


공부라는 금토끼를 잡기 위해 친구를 내려놓았던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다는 말처럼, 하림이는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의 반, 타의 반.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공부와 친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일이 벌어졌다. 요즘은 가족과의 상호작용조차 어색해할 정도다.


생각해 보면, 나의 잘못, 우리 부부의 잘못이 크다. 하림이가 첫째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고, 아이는 그 기대를 그대로 흡수했다. 친구와 어울리기보다는 공부를 더 많이 하길 바랐고, 책이나 성경을 읽기보다는 공부에 더 집중하길 바랐다.


친구관계에 대한 결핍감이 없이 목표지향적인 아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던 하림이에게는 안정적인 또래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작성하다 보니 아이가 했던 또 다른 말이 생각났다.


"엄마, 그동안 엄마랑 아빠가 공부만 얘기해서 내가 이렇게 살았는데요. 그건 엄마 때의 얘기고. 요즘은 달라요. 공부 잘하는 애들 보면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놀기도 잘하고 그래요. 그리고 공부는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다 같이 하는 거지. 그걸 모르고 내가 혼자만 잘하려고 살았으니..."


그러고보니 학창 시절 나도 친구들이 있었기에 입시를 잘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주고받았던 쪽지들 그 안에 서로 응원하는 마음들이 담겨져 있었다. 마음을 이제야 깨닫다니...



고3이 된 하림이는 여전히 공부에 올인하고 있다. 이제는 각자 입시에 집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아이가 마음을 열고, 누군가와 서로 의지할 수 있기를. 공부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