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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었다.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은 후 출근 준비를 했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버스를 타러 나갔다. 그렇게 내 몸을 버스에 싣고 근무지인 초등학교로 향했다. 프로그래밍된 기계처럼 움직였다.
내가 초등학교에서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 또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시간마다 바뀌는 교과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공부를 한다. 정신을 또렷하게 차리고 공부할 때도 있고, 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선생님의 강의를 쳐다보는 때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은 빠지지 않고 학교를 나간다.
아이들의 평일 루틴은 학원, 학교 그리고 집에서의 휴식으로 정해져 있다. 주말 루틴 또한 학원과 집에서의 생활이 대부분이다. 한 해의 루틴은 학기 중과 방학으로 구분되긴 하지만 주로 학사일정에 따라 아이들의 생활시간이 흘러간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상자처럼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살아간다.
엄마, 열심히 하는 건 좋은 거예요?
하림이가 관리형 학습관의 윈터스쿨을 이용한 지 몇 주 안 되었을 때 했던 말이다. 윈터스쿨 또는 썸머스쿨은 주로 고등학생들의 방학 기간에 개설이 된다. 프랜차이즈형 대형 학원에서 만든 이 프로그램은 방학 중에 아이들의 학습시간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이다. 보통 아침 8시까지 등원해서 밤 10시까지 의무 학습을 한다. 학습은 수능시간표와 똑같이 진행된다. 쉬는 시간까지 동일하다. 학원에서는 학생 간의 대화는 금지되어 있다.
처음에 이 기관을 이용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하림이는 한껏 들떠 이렇게 말했었다. "엄마, 나는 이렇게 사무실 같은 공간에서 다 같이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 시끌벅적한 학교 공간에서는 집중할 수 없어 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때였기에, 하림이에게 윈터스쿨의 열공하는 분위기가 신선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하림이는 점점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변해갔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 먹고 가방을 메고 학습관에 간다. 공부를 하다가 쉬는 종이 울리면 복도에서 휴식을 가진다. 학습 시간 종이 울리면 다시 독서실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푼다. 점심 종이 울리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또 이어서 공부를 한다. 그렇게 10시까지 공부, 휴식, 공부, 휴식의 루틴을 보내고 집에 오면, 일을 마치고 돌아온 고단한 노동자처럼 녹초가 되어 눕는다.
하림이의 '열심'이 과연 정말 '열심히' 사는 행위였을까?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사는가? 나는 무엇에 '열심'을 부리고 있는가?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은 잘못하는 일일까? 우리는 왜 '열심히' 하려고 하는가?
나는 뭔가를 하고 있어야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반대로 가만히 있으면 불편감이 생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길거리에 앉아 있는 노인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감정마저 든다. 그리고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아무 일도 없이 하루를 잘 지낼 수 있을지 미리 걱정하기도 한다.
어떤 일을 맡아하고 있지 않을 때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우울했던 적도 있다. 나는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에서 벗어나고자 나는 또 그와 관련된 심리학 강좌를 '열심히' 들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그 자체로 받아들이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래서 또 '열심히' 받아들여보려고 노력했다. 일부러 가만히 있어보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열심히' 살지 않아보기도 했다.
열심을 위한 열심은 공허했다. 반대로 목표 없이 부유하듯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관념이 나를 온통 지배하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은 '열심히' 보다는 '성심성의껏' 살자는 것이다. 나는 작은 행위 하나라도 그 순간만큼은 전심을 다해보자는 결심을 했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비록 매일 완벽한 하루를 보내지 못해도 그렇게 진심이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잠드는 밤에는 마음이 평안하다.
딸 하림이가 내게 다시 묻는다면 이제 '열심히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선물같이 주어진 시간들을 마음을 다해 즐겁게, 감사하게 보낸다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