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사실 나도 같은 마음이었어

by 아마르기

이 글은 시작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몇 주 동안 머릿속에서 제목만 굴리고 있었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어떤 뜻이었을까?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일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

아이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것일까?


온갖 질문은 떠오르는데 그것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글쓰기를 계속 미루었다.

발행예정일이 오늘인데 자정이 다가오고 있다. 독자들과의 약속은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욕심을 내려놓고, 이 순간 내 생각이 흐르는 대로 글을 써보려 한다.



하림이의 수시원서 접수를 했다. 여섯 장의 수시 카드를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학종, 교과, 일반, 지역인재, 수능최저, 면접일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다.

마지막 날까지 나와 남편과 아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결국, 지금까지 염두에 두었던 대학보다 한참 수준을 낮춰 지원했다.

진로가 아직 뚜렷하지 않기에 학과도 간호학, 교대, 화학, 자율전공 등 다양한 학과에 원서를 넣었다.

마치 로또 당첨이라도 기대하듯이 '우주상향' 지원도 했고,

반대로 떨어질 일 없는 안정권 대학도 선택했다.

모두 탈락하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기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합격예측 프로그램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예상대로 소신지원을 한 과에만 합격한 것으로 예측되었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마음이 착잡했다.

그런데 하림이는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냥 뭐 열심히 살아요. 보통으로만 살면 되는 거죠."


사실 아이의 말이 진심인지,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방어하기 위해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까지 내가, 우리 가족이 지향하던 바와는 사뭇 다르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하림이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아이가 했던 이 말이 엄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길 바란다.

대학 하나만을 위해 살았던 엄마와 달리, 자신은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였기를 바란다.

성공보다 더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믿음이 또 하나 깨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이후가 조금 기대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여전히 두렵지만 그 끝에는 늘 변화된 내가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림이가 이제 자신의 세계로 한 발 내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지 지켜보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다시 자라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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