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질과 네트워킹의 사이에서

추천인이 중요한 취업시장

by 아마로네


학기초의 들뜬 분위기가 진정되면서 여름 인턴시장 준비로 바빠지기 시작하고, 초반보다 점점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도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오후, 학과 건물 앞 카페가 간만에 북적대는 것이 반가워 얼른 가보았더니 동기들이 삼삼오오 낯선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고 있었다. 뭐하는 거지?하고 다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가고싶은 회사에 들어간 선배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는거라고 한다. 선배에게 입사준비와 회사 분위기에 대한 조언을 얻는 것인데, 모두가 선망하는 곳에 입사한 선배들은 한정되어 있다보니 인터뷰 시간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서 그러려니했다.


알고보니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혹은 각 클럽에서 주최한 네트워킹 이벤트가 곧 학과 로비와 앞마당, 세미나실 등을 점령해버렸다. 회사 설명 등 다른 프로그램도 가끔 있지만 가장 메인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네트워킹’, 특정 섹터나 회사에 다니고 있는 선배들이 방문해서 그 업계에 관심있는 후배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작은 다과가 있는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선 채로 선배 1명에 후배들 너댓명이 둥그런 원과 같이 모여 인사도 나누고 궁금한 점도 물어보는 것이다.


언뜻 보면 친목의 자리같지만 사실 이 자리에서는 아주 치열한 경쟁과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미국 취업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공채같은 대규모 공개채용 시스템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회사는 크던 작던 수시채용의 방식을 택한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자주 ‘아는 사람의 소개’에 의한 면접과 취업이 당연하고 흔하게 이루어진다. 직접적인 소개가 아니더라도 그 회사에 다니는 선배의 의견이 당락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여러 후배들 중에 선배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이벤트 전날 학생들은 해당 회사를 공부하여 센스있고 적절히 예리한 질문을 발굴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네트워킹 자리에서는 준비한 질문과 답변을 적당히 하되, 혼자 선배를 독차지하는 이기적인 이미지를 풍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학연, 지연을 없애고 공정한 취업이 이루어지도록 이력서를 완전히 블라인드 처리하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자기소개서에 학교를 드러내는 단어만 언급해도 탈락시켰는데, 미국 회사들은 대놓고 ㅇㅇ학교, ㅇㅇ학교 출신만 뽑겠다는 경우도 꽤 있었다.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아메리칸 드림이 있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뽑는 것은 그 기업의 자유라는 개념이 더욱 우선하는 곳이었다. 시험이나 잠깐의 면접보다는 그 학생을 몇 년간 교육한 학교, 많은 시간을 보낸 선후배와 동기들을 믿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선택이라는 것이 많은 미국 회사들의 판단인 듯 했다.


어느 방식이 옳다고 하기에는 둘 다 장단점이 뚜렷한 시스템이라고 생각되나, 나같은 극 I형 인간에게는 우리나라의 공채시스템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내가 이 나라의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1주일만에 기가 다 빨리고 다른 길을 찾아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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