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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Aug 30. 2023

묘연은 그렇게 갑자기 오는 것

아기 망고가 우리 집에 온 날


일단 입양을 마음먹고 나와 남편은 온갖 사이트와 카페를 뒤지면서 고양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산책이 필요없고, 화장실을 놓아두면 알아서 찾아들어가 볼일을 본다고? 게다가 목욕을 평생 안해도 뽀송하고, 혼자 2-3일은 거뜬히 있을 정도로 독립적인 생명체라니! 알면 알수록 우리 같은 현대인에게 이렇게 완벽한 반려동물이 있나 싶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허약하다는 펫샵 고양이는 데려오고 싶지 않았지만, 길고양이는 전염병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초보 집사의 두려움에 갈팡질팡 하다가 절충안인 카페를 통한 가정입양을 주로 알아보게 되었다. 다양한 종, 다양한 색깔의 아깽이들은 다 어찌나 귀여운지! 남편과 나는 매일 '이 아이다!' '아니 이 아이가 더 귀엽지 않냐' 투닥대다가 입양을 놓치기 일쑤였다. (지금이라면 포인핸드를 열심히 뒤졌겠지만, 주변에 고양이 반려인이 한 명도 없던 약 7년전의 이야기임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그 날은 현충일이었다. 한가로운 휴일 점심을 근처에서 먹고 돌아오는 길에 습관처럼 카페를 뒤적이다가 눈에 반짝 띈 나의 묘연. 7남매 중 첫째라는 2개월된 회색 노르웨이숲 고양이는 사진 속에서 크고 똘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침 분양하시는 분의 거주지도 가깝고, 휴일이고 해서 대뜸 오늘 가겠다 연락을 해버렸다. 급한김에 이마트 내 펫샵에서 산 이동장, 사료, 모래만 허겁지겁 구매해서 알려주신 주소로 달려가면서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투룸 빌라의 문을 열자마자 깨발랄한 일곱 아깽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풍경이 너무 생경해서 잠시 문 앞에서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입양자님께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로 1아깽이도 아닌 7아깽이의 귀여움 어택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푹 빠져버렸다. 가구가 거의 없이 텅 빈 공간과 그나마 남은 의자 쿠션이 몽땅 터져있는 모습에 흠칫 놀라긴 했지만. (나의 미래인가?)


일곱마리 모두 귀여웠지만 한참 살핀 결과 우리의 선택은 역시 사진부터 마음에 들었던 첫째 고양이였다. 편의상 '하루'로 불렸던 녀석은 다른 형제에 비해 눈에 띄게 덩치도 크고 (그래봤자 주먹만하지만) 에너지도 넘치는 만큼, 입양자님이 보기에 제일 건강하고 성격도 좋은 것 같다며 고양이 키우는 법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도 덧붙여 주셨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입양 결정에는 사실 큰 위기가 있었으니, 입양 절차를 완료하면서 입양자님이 '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시죠?' 하며 갑자기 옆 방에 엄마고양이가 있다며 데리고 오신 것이다. 그 순간 나도, 남편도 깜짝 놀라 거의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고양이는 정말, 너무, 컸다.


고양이라고는 주로 '코숏'(코리안 숏헤어)인 길고양이와, 지나가던 길에 있던 펫샵 진열대의 작은 아깽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나의 예상과는 너무 다른 사이즈, 풍성한 가슴털과 높은 콧대 덕분에 고양이보다는 늑대와 더 친한 듯한 아우라에 놀라 몸이 다 굳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미 입양은 결정된 일. 엄마고양이를 보니 안되겠네요- 하기엔 이미 이 고양이는 내 고양이였다. 그리고 '설마 이렇게 작은 아이가 저렇게 커지겠어?'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고양이는 여아(암컷) 이었으니, 성묘가 된 망고보다 컸을 리가 없지만..

그땐 이동장 구석에 딱 붙으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솜털같은, 아직 이름이 없던 작은 회색 고양이는 그렇게 우리집에 왔다.



처음 이동장 문앞을 서성이던 뽀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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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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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가 되기도전에 이동장을 꽉 채우고 흘러내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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