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마로네 Sep 14. 2023

고양이는 키우기 쉽다고 누가 그랬어?

같이 살기 전엔 알지 못했던 고양이의 진짜 모습


고양이는 비교적 키우기 쉬운 동물이라고 생각해서 입양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당황스러운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한 생명과 가족이 되는 일이 어찌 쉽겠냐만은, 철저한 사전조사에도 불구하고 실전은 많이 달랐다.


먼저 고양이는 보통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야행성이 아니다. 사실 고양이는 낮에도 밤에도 꾸준히, 정말 많이 잔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자고 중간중간 깨어나서 활동한다고 보면 되는데, 다만 그런 활동시간이 밤낮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온다는 것이 문제랄까.


특히 아기고양이를 막 지난 소위 ‘캣초딩’들은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쳐서, 깨어있는 시간에는 끊임없이 놀아달라고 조르거나 여기저기 우다다 뛰어다니기 일쑤다. 망고는 잠깐의 적응기를 마치자마자 잠자는 집사들의 배를 밟고 올라오거나 심지어 (놀자는 의미로) 이불 속에서 튀어나온 발목을 앙앙 물기도 해서 매일 잠을 설쳤다.


참다못해 밤에는 문을 닫고 잤더니 방문을 긁으며 ’아오오오옹‘ 하고 복식호흡으로 울어대는 통에, 이웃집 민원이 무서워서라도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별수없이 반쯤 겨우 뜬 눈으로 장난감을 열심히 흔들어주면 잠깐 열심히 뛰어놀다가 금세 잠들고, 그새 잠이 다 깨어버린 집사만 뜬눈으로 남은 밤을 지새우곤 했다.


(새벽잠을 깨운 죄로 검거!)


그리고 고양이는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 털이 정말 많이 빠진다. 그 작은 몸에서 무슨 털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매일 청소기를 해도 털과 먼지가 공처럼 뭉쳐서 여기저기 떠다니는 꼴을 마주치지 않기란 어렵다.


가끔 햇살 아래로 뛰어다니는 망고를 보고 있으면 실시간으로 털이 폭죽처럼 뿜어나오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빗질을 하다보면 끝없이 나오는 털에 ‘이러다 이 고양이가 비누처럼 소멸해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집 뿐만 아니라 당연히 옷과 수건에도 온통 털 투성이라 돌돌이 없이는 외출이 아예 불가능했다. 얼마 전 ’홍조일기‘ 작가님의 인스타툰에 대공감한 적이 있었는데, 망고도 홍조와 비슷하게 짙은 색 털의 고양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회색/검정 털이지만 사실 안쪽은 흰색 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털의 색깔은 흰색/회색/검정이 섞여있고, 그 말인 즉슨 흰색 옷도 검은 색 옷도 털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정리를 포기하고 가끔 ‘혹시 고양이 키우세요?’하는 질문을 받으면 ‘털이 또 어디 붙어있나요?’ 하고 담담히 대답하며 살게 되었다.


(일명 냥모나이트. 촘촘한 이중털을 잘 볼수있다)


게다가 고양이는 집안 어디든 갈 수 있다. 아무리 높은 곳도, 아무리 좁고 깊은 곳도 고양이에게는 정복해야 할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이다. 소파도 올라오지 못하던 삐약이 시절을 지나 식탁과 침대에 뛰어올라올 때는 그저 신기했는데, 먼지 가득한 냉장고나 책장 꼭대기를 의기양양하게 정복한 모습에는 기가 막히고 한숨이 났다.


구석진 곳은 또 어떻게 그리 잘 발견하고 날쌔게 들어가는지. 한참 고양이가 없어져서 찾다 보면 옷을 꺼내느라 잠깐 열었던 옷장이나 서랍 안에서 졸고 있는 걸 찾아내고 허무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함께 산 지 몇 주만에 내 삶을 온통 뒤흔들어 버린 고양이. 하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집에 홀로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고 행복감이 커진다는 점 아닐까?


장난감을 따라 폴짝이다 제풀에 넘어지는 모습에 크게 웃고, 갑자기 내 곁에서 잠든 고롱고롱 숨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진다. 그 순간이 주는 충만함이면 어떤 어려움도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엿한 프로 집사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날 두고 아무데도 가지 말라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