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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Sep 25. 2023

둘째냥이 될 뻔했던 아깽이

길에 사는 모든 고양이들의 안위를 빌며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세상의 모든 고양이, 그리고 세상의 모든 동물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감정이 깊어졌다. 동네 산책을 자주 나가고, 어디에 다니든 고양이 간식을 들고다니는 버릇도 생겼다.


처음 동네에서 만났던 슈퍼스타(이전 글 참조) 이후에 동네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대부분 경계심이 많은 친구들이어서, 우리는 근처에 간식을 놓아두고 멀찍이 떨어져서 기다렸다. 우리가 멀어진 것을 본 고양이들이 하나 둘 풀숲에서 나와 경계심을 다소 누그러뜨리고 간식을 먹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무음으로 속삭이며 행복해했다.


망고가 우리 집으로 온 지도 여러 달, 제법 날이 추워진 어느 날이었다. 늦은 밤 잠시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에 남편이 갑자기 멈춰섰다.


“어디서 고양이 소리 들리지 않아?”

“어디? 안 들리는데.”

“여기 차도 쪽. 잠깐만- 들리지!”


과연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자 ‘먀옹’ 소리가 근처에서 들릴 듯 말 듯 했다. 내가 귀를 기울이는 사이 남편은 조심스레 두리번대며 소리의 출처를 찾아냈다. 인도와 차도 사이 작은 화단의 낮은 묘목들 사이로 아주 작은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한 발짝만 잘못 딛으면 차도로 떨어지는 상황이라 몹시 위험한 곳인데, 어쩌다 이 아이가 다른 고양이들이 주로 발견되는 놀이터, 언덕 등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이 곳에 혼자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안되겠다며 대뜸 고양이를 집어 들 태세인 남편을 보고 놀란 나는 재빨리 제지하며 말했다.


“그러다 깜짝 놀라서 차도로 뛰어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무 위험한 곳에 있잖아.“

”그치만 한번 사람 손 타면 엄마 고양이가 버릴지도 모르니, 데려갈 거 아니면 손 대면 안된대.

망고도 수술하고 회복 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우리 집에 격리해 둘만한 공간도 없지 않아?“

“그런가? 근데 여기 있는 거면 엄마 고양이랑 이미 헤어진거 아냐?”

“그럴수도 있지만.. 모르는거지. 일단 인도 쪽으로 나오게 어떻게 유인을 해보자.“


그날따라 늘 들고 다니던 고양이 간식을 왜 다 놓고 왔는지. 우리가 작은 소리로 투닥투닥 하는 동안, 아기 고양이는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 갑자기 인도 쪽으로 튀어나와 옆 상가 쪽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인테리어 공사 중인 곳이라 가림막이 쳐져 있어 사람은 들어갈 수 없지만, 아래 작은 틈은 아깽이가 들어가기에 충분했다.


일단 찻길은 피했으니 위험하진 않겠구나 싶었지만, 잠깐 본 고양이가 생각보다 너무 작고 매서운 겨울 바람을 견디기엔 컨디션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아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민하다 일단 집으로 가서 사료와 물을 그릇에 담아들고 아까 그 상가로 향했다. 상가 입구를 통해 들여다봤지만 이미 아기고양이는 사라졌고, 그릇을 두고 다음 날에 다시 가 봤지만 그대로였다. 다시 만난다면 우리가 데려오자 남편과 약속했지만 그 후 그 고양이는 물론 다른 아기고양이들도 전혀 만날 수 없었다.


그 후로 근처를 지날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작은 생명을 우리가 지킬 수 있었는데 순간의 망설임으로 외면한 건 아닐까? 망고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고양이를 또 맞이하기엔 내가 버거웠던게 아닐까? 웹상에서 수많은 냥줍 후기들을 보았지만,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실로 큰 용기와 빠른 판단이 필요한 것이었다.


우리를 잠시 스쳐갔던 작은 아기고양이와 길에 사는 모든 고양이의 건강과 행운을 빌며, 지금은 우리 집에 있는 친구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길 밖에 없다.


(이불밖은 위험하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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