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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Oct 18. 2023

고양이 성년의 날

너의 첫 생일 그리고 마지막 생일


새해가 지나고 망고의 첫 생일이 다가왔다. 개나 고양이는 생후 1년간 성장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므로, 고양이에게 첫 돌이란 성묘로서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닌게 아니라 솜털처럼 작던 고양이가 어느 순간 키도 훌쩍 크고 털도 풍성해지며 ‘귀엽다’보다 ‘늠름하다‘가 어울리는 어른 고양이가 되었다. 또 귀가 얼굴만해서 그림책에서 보는 여우같기도 하던 아기 때보다 얼굴이 적당히 커져 느낌이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반려동물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귀엽지만, 그래도 가장 귀여운 어린시절이 너무 짧다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불과 몇 달사이 아기여우에서 늑대가 된 망고)


여러모로 특별한 첫 생일을 그냥 보낼 수 없기에 한참 전부터 마음이 들떴다. 사랑한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게 아닐까? 사랑하는 존재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중요한 날을 기억하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주는 것이 최고라는 사실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다르지 않다. 마침 펫 박람회가 열려 망고가 좋아하는 캔이며 간식, 장난감도 잔뜩 구매하고, 파티를 위한 그릇과 가랜드, 생일축하 모자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것은 망고를 위한 특식이었다. 강아지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특식과 전용 케이크도 많이 출시되어 있지만, 고양이들은 상대적으로 조심해야 할 음식이 많아서인지 적당한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다. 어쩔수 없이 신혼때 몇 개월 이후 거의 요리와 담을 쌓은 내가 닭가슴살과 육수 등으로 치킨스프를 만들었다. 고양이용 캔과 간식을 이용해서 케익처럼 꾸며 초도 꽂아보았지만, 촛불이 안정적으로 서 있지 않아 휴먼용 케익으로 대체했다.


(크리스마스 편에서도 논했듯이) 가랜드도 모자도 가만두지 못하는 망고지만, 간식에 관심이 쏠려서인지 잠깐은 집사를 위해 파티용품을 건드리지 않았다. 물론 강아지들처럼 가만히 앉아 사진을 찍어주진 않으므로 도망가려는 고양이를 꼭 안고 겨우 한두컷 건질 뿐이지만 :)


(이거 놓으라냥)


1년이 지나는 동안 망고도, 우리도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가까워졌던 시간이었다. 나는 망고가 좋아하는 캔, 좋아하는 간식, 언제는 혼자 쉬고 싶은 시간이고 언제 나를 필요로 하는지, 지금은 왜 우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망고도 아마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가끔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이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집사지만 그 모든 것이 아끼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물거나 목청껏 울지 않아도 너의 마음을 읽고자 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매일 같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더라도, 혹은 며칠 떠나있더라도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그리고 지난 4월 내 고양이와 함께 한 마지막 생일. 바쁘다는 핑계로 당일엔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며칠이나 지나 겨우겨우 작은 파티를 열었는데, 그 날이 없었다면 얼마나 후회스럽고 슬펐을지.

생일이라며 이상한 걸 매달고 촛불을 부는 집사들이 뭘 하는 지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게다가 여섯번째 생일 선물인 터널은 몇 달 써보지도 못했지만, 그 날에 담긴 우리의 마음은 전해졌다면 좋겠다.


(6년째 여전한 표정의 생일 주인공)


요즘 달력에 빠져있는 어린이는 월별 가족 생일을 파악하고 다시 알려주기 바쁘다. 3월에는 본인 생일, 6월은 아빠 생일, 10월은 엄마 생일, 7월은 할아버지, 8월은 할머니 생일. 매일 노래처럼 되뇌인다.

“그리고 엄마 그거 아라? 망고는 4월! 나랑 똑같은 봄이야!”


엄마도 알지.

함께 사진을 남길 수는 없어도, 우리에게 매년 4월은 망고의 생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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