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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Apr 15. 2024

사랑을 주는 일, 받는 일, 지켜보는 일

어제의 행복 조각들



아이는 한창 여느 6세 여자아이들처럼 ‘캐치티니핑‘에 푹 빠져있다.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항상 깨우기가 어렵지만, 등원 담당인 남편말에 의하면 티니핑 주제곡을 재생하면 벌떡 일어난다고 한다. 이동할때도 티니핑 노래를 무한 반복하더니 티니핑이 100명 나오는 가사를 몽땅 외워버리고, 집에서 노래를 틀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부르며 출처를 모를 춤사위를 선보인다.


어느날은 아이의 노래를 무심결에 따라했다. 아이가 듣는 노래를 덩달아 듣다보니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 가사가 흘러나온 것인데, 그걸 들은 아이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엄마가 이 노래 가사를 어떻게 알아?’ 하는 표정. 아이는 얼떨떨하지만 덕질 메이트(?)를 만나 반가웠는지 흥이 더욱 올라, 같은 노래를 몇 번이나 더 불러야 했다.


출퇴근길이 긴 편이라 여러 노래를 듣는데도, 유튜브 뮤직의 2023년 Recap은 온통 ‘꼬마버스 타요’가 가득했다. 올해는 아마 ‘캐치티니핑’이 가득하겠지. 네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최대한 많이 함께 알고 함께 좋아하고 싶다. 깜짝 놀란 동그란 눈을 더 자주 보고 싶으니까.






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점심을 먹고 오후 느지막히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가지말라고 세상 떠나가라 우는 소리를 집 앞 엘리베이터에서 들으며 불편한 마음으로 외출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오늘은 인형과 함께 손을 흔들며 발랄하게 배웅해준 덕에 마음편히 놀다 들어왔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내가 자주 신는 운동화 안에 색종이로 만든 작은 쪽지가 들어있었다. 이름과 하트와 함께 ‘사랑해요’를 커다랗게 적은 것도 감동이지만, 어디다 두면 엄마가 볼까하고 고민하다 신발에 넣어 둔 게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작년부터 자기 전 침대에 나란히 누워 아이와 서로 오늘의 기분을 이야기하곤 한다. ‘오늘 엄마는 신발에서 편지를 발견한게 가장 행복한 일이었어!‘ 하고 말해주었더니 어둠 속에서도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씨익 웃는 아이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고마운 내 아이. 어떻게 나한테 네가 왔을까.






아이가 잠든 후 잠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의 양 옆에서 잘 준비를 하고 누웠는데, 갑자기 남편이 벌떡 일어나 거실로 부스스 나갔다. 휴대폰이라도 놓고 들어왔나 했는데 커다란 인형을 들고 휘적휘적 들어온다. 그제서야 아까 아이와의 대화를 들은 게 생각났다.


“아빠, 어제 샤샤핑이랑 같이 잤어? 나는 키티랑 자고 아빠는 샤샤핑이랑 자기로 했잖아.“

“아니, 어제 샤샤핑이 혼자 자고 싶다던데.”

“아니야. 샤샤핑이 혼자 자는거 무서웠대. 오늘은 꼭 데리고 자. 알았지?”


그러니까 자리에 누웠던 남편은 아이와의 약속을 떠올리고 소파에 있던 커다란 인형을 데리러 간 것이었다. 커다란 성인 남자가 어둠속에서 대두 인형을 들고 들어오는 실루엣을 보고 있으니 피식 웃음이 났다.


아이와 함께하며 많은 순간 행복하지만, 남편과 아이가 노는 소리를 멀리서 듣는 순간이 가장 좋다. 내가 아끼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웃음을 터뜨리면 내 마음에도 따뜻한 기운이 펑펑 터지는 기분이 든다.


각자 아이와 대화하거나, 아이가 없는 시간에는 멍하니 쉬느라 하루에 대화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든 사이지만, 그의 다정함과 나의 다정함을 모두 아이에게 쏟고 있음을, 그로 인해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키우고 있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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