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신(神)
실생활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을 좋아한다. 특히 월급을 받고 실적을 달성해야 하는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면 더 좋다.
무더운 여름, 가게를 보고 있는데 한 손님이 뛰어 들어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말한다.
“콜라 주세요, 콜라.”
공교롭게도 작은 가게라 콜라가 다 팔리고 없다. 가게 주인인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손님의 요구는 ‘콜라’지만 욕구는 ‘갈증 해소’이다. 가게 주인은 이렇게 말한다.
“요새 누가 목마른데 콜라 마시나? 시원한 생수 마셔야지”
가게 주인은 손님의 욕망을 일깨워주며 생수를 판다.
≪협상의 신 - 최철규≫
예전 내 업무는 캄보디아 바이어를 설득하여 한국 제품을 수출시키는 것이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목표는 수출지원 서비스를 우리 기업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250만 원짜리 서비스로, 우리 기업에 영업하여 가입시키고 그 기업의 수출을 도와야 했다.
하지만 250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고, 캄보디아 시장은 인근 베트남, 태국 시장 대비 협소한 시장이다. 더욱이 수출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서비스를 가입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자신 있게 수출시켜줄 테니 가입하라고 해도 가입하는 곳은 드물고, 자신 있게 가입시켰다가 수출을 못 시키면 낭패다. 시장 상황상 수출 가능성이 커도 자신이 있게 가입시키지 못한다. 딜레마다. 자신 있게 영업하다 성과가 없으면 사기꾼이 될 수 있고 자신 없게 영업하면 안 그래도 작은 시장이라 기업들이 서비스를 가입할 리가 만무하다.
이 책을 통해 찾은 해결 방법은 ‘내기’다. 기업과 내기를 한다. 서비스 가입 전에 지원할 테니 수출이 되면 서비스를 가입하라고. 기업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 공짜로 영업을 해주니 밑져봐야 본전이다.
내 처지에서도 역시 마음이 편하다. 자신 있게 영업할 수 있고 수출이 안 돼도 부담이 없다. 다양한 품목의 수출에 도전해 볼 수 있어서 현지 시장 상황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여러 품목에 대한 경험과 이해는 다른 기업들을 영업할 때 큰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었다. 기업의 ‘욕망’인 ‘수출하고 싶다’에만 집중하여 '내기'로 설득하고 업무적 발전까지도 덤으로 얻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각 진영은 ‘정권교체’와 ‘정권 재창출’을 기치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실제로 많은 국민의 '요구'였다. 하지만 국민의 '욕망'은 '새 리더를 뽑아 더 잘 살고 싶다'였을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든 재창출되든 국민은 더 잘 살게 해 줄 정권이 필요할 뿐이다. 당장 목말라 죽겠는데 갈증을 풀어준다면 콜라든 생수든 상관없듯이 말이다.
정권교체와 재창출은 정치인들 자신을 위한 욕망이었을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정권교체와 재창출 그 자체가 국민이 부여한 사명인 양 떠들던 정치인은 국민의 욕망에 집중하지 못하고 요구만 본 것이다.
우리가 상대의 요구 속에 숨겨진 욕망을 파악할 수 있다면, 상대를 만족시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