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불 들어왔다!

한국 촌놈의 인도 상륙 91일차(2022.06.05)

by 용감한 망고

5층짜리 쇼핑몰이 순식간에 깜깜해진다. 옷가게부터 식당까지 일부 간판이나 조명을 제외하고는 몽땅 불이 나갔지만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기한 장면을 담고 싶어 서둘러 카메라 초점을 잡는 이는 나 하나.

인도와 한국의 차이점을 말해보자면 어디 한두 가지로 끝나겠냐마는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전의 빈도다. 한국에서는 한여름 단골뉴스로 전력 수급난을 읽었어도 정작 내 집 전기 나가는 일이 없어 정전이 어떤 것인지조차 까먹고 살았다. 그러다 인도에 건너오니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에 4번까지도 내려가는 두꺼비집에 까무러치기 직전이었다.

보금자리를 옮긴 후로는 훨씬 안정적인 전기 라이프를 누리고 있다. 5월 한 달 동안 4번 정도 아주 짧은 정전사태가 일어났으나 금방 자동으로 돌아왔다. 전자제품이 반복해서 예고없이 꺼지면 결국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천장 선풍기나 에어컨 정도는 그리 문제가 아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건 플레이스테이션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플선생께선 느닷없이 전기가 끊길 때마다 넉다운되는 험한 꼴을 당하셨다. 화가 잔뜩 나셔서는 시커먼 화면으로 돌변하시어 그딴 식으로 무례하게 전원을 뽑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리신다. 딱 한 번, 5분 안에 연속 3차례 후드려 맞으신 날은 선생도 나도 게거품을 물 뻔했다.

불 나간 쇼핑몰이 언제 다시 환해질지 궁금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다. 일, 이, 삼, 사, 그리고 육십. 와아! 불 들어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분 안에 온 세상이 환해진다. 좋다고 깔깔거리며 손뼉 치는 이방인을 지나가는 인도 할아버지가 심드렁하게 쳐다본다. 뭐가 그리 재밌냐 묻고 싶은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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