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쯤,,, 퇴근해서 돌아와, 혹은 주말이라면 친구랑 동네 마실 좀 다니다가 돌아와 집 정리 좀 마치고 벽에 기대어 앉을 때쯤이 되면 밤 열 시쯤이 된다. 몸이 피곤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쉬어야지- 하고 앉아있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손은 티브이 리모컨을 쥐고 전원 버튼을 누르고 있다.
딱히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는데도 이 채널, 저 채널 돌리다가, 좀 자극적이고 보기 쉬운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채널을 멈추고 입을 헤 - 벌리고서는 빠져든다. 그렇게 티브이를 보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오늘은 스트레칭이라도 좀 해야지. 오늘은 공부도 좀 해볼까. 오늘은 계획했던 인터넷 뱅킹도 다 해야지.'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무언가 더 피곤해진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면
'아- 미치겠다. 이렇게 허무하게 하루를 또 보냈구나.'
생각하며 자책에 빠지곤 한다.
물론 그렇다고 TV가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장치이고, 더군다나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가장 좋은 친구이자 무료함을 달래 주는 동반자이다. 그리고 가끔 회사에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애인이랑 헤어진 날에는 생각을 멍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줄 수 있는 유일하고 강력한 스트레스 해소제이다.
그럼에도 항상 TV를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그 강력한 즐거움만큼 강력하게 '나의 시간'을 빼앗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눈을 뗄 수 없이 재밌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분명히 해야 할 집안일도 많고, 계획해 놓았던 나를 행복하게 하는 프로젝트 (?) 도 많은데 나도 모르게 그 시끄러움 속에 홀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많은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만다. 결국 TV는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존재는 될 수 있을지언정,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때로 TV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세상살이에 대해 나름 생각할만한 관점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로 정말로 나의 시간을 갉아먹는 이 TV를 멀리하고 싶다.
하- 언제쯤이면 이 결심을 이룰 수 있을까 -
제발 오늘 밤 잠들기 전까지는 TV 리모컨을 손에 쥐는 일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