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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Mar 02. 2022

속초 문우당서림

나의 여행_14

속초에는 세련되게 나이 든 서점이 두 곳 있는데 하나는 동아서점이고 다른 하나는 문우당서림이다. 나는 이번 속초 여행에서 그 두 곳 중 하나인 문우당서림에 들렀다.

문우당서림 입구. 백년가게라는 팻말이 역사를 말해준다.
문우당서림 로고(?). 독특한 디자인이 멋스럽다.


'서림'이라는 옛날 식 표현을 서점명에 갖다 썼지만 내부 모습이나 분위기는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다. 그보다는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이 가득하달까. 그 점은 서점 군데군데 여기저기에서 잘 드러난다.

천장의 조명도 너무 눈부실까 봐 세련되게 가려 놓은 배려가 돋보인다
대형 서점과 달리 책 분류 팻말이 탈착식이다. 약간 비뚤게 붙여진 이름표가 퍽 정겹다.
서점 군데군데는 이런 초록들로 채워져 있다.
대형 서점과 또 다른 점은 책 찾는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책을 찾아준대는 것이다. 대형서점도 직원이 책을 찾아주기는 하지만 왠지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한참 머물며 책을 둘러보다가 왜 이런 책들을 대형 서점에서 찾지 못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의문은 매대에 깔린 책들을 들춰 보고서 곧 해소되었다. 최신간이 전진 배치되어 있는 게 아니라, 특정 주제를 정해놓고 그 주제에 맞는 책을 배치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서점에서 보지 못했던 책을 보고 새로운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이 책들만 하더라도 2019년 발간본들이다.

서점이 따뜻하게 느껴진 또다른 이유는 휴식공간이 아직도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커피를 사러 돈을 내지 않아도 이곳에서는 군데군데 앉아서 책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다.

다른 서점 같으면 이 공간을 카페로 운영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유스럽게 앉아 책을 보고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 사이에 놓인 따스한 방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양탄자를 깔아서 소리가 나지 않게 하였고, 따뜻해 보이는 조명을 밝혀 놓았다.

양탄자가 깔린 계단
계단을 밝히는 따뜻한 조명

서점에 놓인 책에는 서점을 사랑하는 '서림인'들이 쓴 책 소개가 군데군데 있어서 보다 편하게 책을 고를 수 있다.

이런 책 설명을 보면 없던 관심도 생길 듯하다.

이렇게 포근한 곳이라면 어린아이들이 와서 책을 즐기고 느껴도 좋을 터,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책 고르는 어른을 기다리느라 다소 지루한 아이의 뒷모습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고른 후 신나서 후다닥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아이의 모습이 신나 보인다.

이런 곳에 와서 책 구경만 하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는 건 안 될 일, 그래서 아껴두었던 도서상품권을 꺼냈다.

문우당서림에서 산 책들. 읽을 생각 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예쁜 문구도 구입했다. 메모지는 늘 필요하다.

찍어낸 듯이 비슷한 책만 깔려 있는 대형서점에 익숙해 있다가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이런 서점은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음에 속초에 올 일이 있으면 문우당서림에 한번 더 들름은 물론 이번에 가보지 않은 동아서점도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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