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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Mar 13. 2022

데칼코마니 미술관(전준엽, 중앙books)

독서노트_07

속초 문우당서림에서 발견한, 제목부터 재미있게 느껴져서 구입한 책. 서양 미술작품과 우리나라 미술작품을 주제별로 뽑아 비교 분석해 놓은 흥미있는 미술 해설 서적.

데칼코마니는 물감 등을 종이에 짜서 가운데를 접은 후 펴면 양쪽에 똑같은 무늬가 나오게 되는 미술기법인데, 책 제목은 데칼코마니이지만 비교하고 있는 동서양의 미술작품은 종이를 가운데로 접어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것만은 아니고, 오히려 상당 부분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음

작가는 동서양의 그림을 삶, 일상, 예술, 풍경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며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설명하고 있음. 작가는 서문에서 비교의 짝으로 고른 그림들 중 어색한 선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비교대상이 되는 그림을 고른 작가의 시선이 참신해서 더욱 흥미가 있었음

우리나라 그림 중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나 안견의 몽유도원도처럼 잘 알려진 그림도 소개되어 있지만, 처음 알게 된 '최북'이라는 화가의 작품도 있어 신선한 자극이 되었음. 신사임당의 그림도 함께 소개한 부분이 있어 조선 시대 다양한 계층의 그림을 아울러 소개하고자 한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듯함

오래 전부터 다양한 장르의 회화나 조각이 발달해 온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의 미술 발달이 그에 비해 다양하고 깊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 분위기를 못내 아쉬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짐. 성리학적엔 분위기가 강했던 조선시대의 척박한 환경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했던 신윤복 등에 대한 설명에서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짐. 저자가 이후에는 우리나라 그림끼리의 데칼코마니적 비교를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서양의 화려하고 웅장한 그림에 비해 우리 그림은 얼핏 단조롭고 무성적이지만, 그 그림 속에 담긴 맛과 멋을 알게 되면 비로소 우리 문화의 정수를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듦. 책에 수록된 그림과 그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재미있고 신선해서 자꾸 찾아 읽고 싶어지는 책이 될 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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