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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May 06. 2022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나태주, 앤드)

독서노트 _09

아주 오랫동안 시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시는 학교에서 배운 걸로 끝을 냈다. 그러다 언제부터 시를 다시 찾았는지는 기억이 확실치 않다. 아마 사는 게 시 같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니었을까.


내가 알고 있는 시, 몰랐던 시, 하다못해 '섬집 아기'같은 노랫말까지 엮어 책을 낸 나태주 시인의 이름은 몇 번 들어 보았으나 그가 초등학교 교장을 정년퇴임한 제법 연배가 있는 시인임은 처음 알았다. 그만큼 내가 오랫동안 시에 대해 관심을 안 두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스스로를 용서하며 시를 느꼈다.


시 하나하나마다 시인은 자기의 감상같은 해설을 실어 놓았는데 그 정도나 길이가 무겁고 길지 않아 엮은이의 해설에 읽는 이의 시 감상이 좌우될 염려는 적다. 나는 시를 읽다가 해설을 읽다가 다시 시를 읽었다. 엮은이와 같이 책을 펴놓고 시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시의 강을 누군가의 든든한 손을 잡고 함께 건너는 기분이랄까.


시집은 읽기 편하다.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중간이나 끝부터 읽어도 되고 기쁠 때, 슬플 때 혹은 책을 읽기 싫을 때 읽어도 되며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을 때' 읽어도 괜찮다. 분위기 있는 여자로 보이고 싶을 때 시집 한 권 펼쳐드는 것처럼 효과적인 것이 또 있을까. 그리고 그 분위기는 겉으로 보이는 것을 떠나 내 마음 속에까지 기어코 스며들고 만다. 그게 바로 시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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