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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Dec 16. 2022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리처드번스타인,한길사)

독서노트 _20

한나 아렌트의 생애를 다룬 그래픽 노블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을 읽고 나서 그녀에게 관심이 생긴 나는 내친김에 아렌트에 대한 책을 좀 더 읽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고른 책이 이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이 책을 읽기로 했는가'를 내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이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한나 아렌트라는 인간의 생애에 주로 관심이 있던 내게 그녀의 사상에 대해 주로 설명한 이 책은 내용이 생소하고 막막했다.(인터넷 책 쇼핑의 폐해가 이런 데서 나타나기도 한다. 내용을 보지 못하고 제목에만 끌려서 책을 샀을 때)


아렌트의 사상에 대해서는 2차대전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서 주장한 '악의 평범성' 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이 책에서 그녀의 사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 가정하고 기술한 내용들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꾸역꾸역 읽은 덕에 새로운 사실들도 몇 가지 알 수 있었다. 아렌트가 본인의 경험 때문에 '난민'의 지위에 대해 꽤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었음에도 미국 내 흑인의 차별에 대하여는 의외로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었고, '악의 평범성' 논리는 발표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죄를 줄이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행동한 척 했던 ' 아이히만의 연기에 속아 넘어간 것이라는 지적들이 그것이었다.


아렌트에 대해 알고 있는 나의 지식에 그 정도를 보탠 것에 의의를 두며 나는 책을 후루룩 읽은 후(수박 겉핥기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렷다) '완독'했다는 혼자만의 뿌듯함에 겨워 책장을 덮었다. 사실 이 책은 읽기 시작한 지 한참 지났다. 그러다가 책은 어렵고, 일은 바쁘고, 나는 아프고 의욕도 없어지고 해서 중간쯤 읽은 후 침대 옆에 두고 차일피일 읽기를 미뤄둔 것이었다. 예전에는 자존심 내지는 지적 허영심으로 인해 이런 책이 어렵다거나 다 읽지 못한다거나 하는 걸 참지 못했고 누가 알새라 숨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어리석은 일인 걸 잘 안다. 어려운 건 어려운 것이고,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다. 오랜만에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이 예전에 비해 담백해지고 솔직해졌음을 느꼈다. 그게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읽고 얻은 진정한 성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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