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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Dec 17. 2022

여행과 스트레스 해소

나의 여행_20

티비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이런 곳에 와서 경치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리고 스트레스가 다 풀려요!"라며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꼭 티비 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행을 간다"라는 말을 참 많이 하고, 실제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여행을 간다고 스트레스가 풀릴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아니라 잠시 '잊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대감, 준비할 때의 설렘, 여행가서 만나는 신기하고 낯선 풍광과 맛난 음식들, 이런 것들에 취해 일상에서 처리해야 할 온갖 일들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잠시 잊는 것 뿐이지 그 모든 것들이 다 풀리고 없어지는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설 연휴를 끼고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내가 과연 제주도 4박 5일 여행에서 나를 억누르고 있는 오만가지 스트레스와 압박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게 그것이다. 잘 낫지 않는 우울증, 잘 맞지 않는 팀장, 직장에서의 애매한 내 위치와 위상, 쉴 틈 없이 몰려오고 돌아오는 업무, 아이의 얼굴 마비, 고등학교 진학과 공부 문제, 이런 것들과 여기 다 열거할 수 없는 삶의 모든 무게를 제주 바다와 하늘, 검은 돌이 잊게 해 줄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벌써부터 하는 것이다.

제주에 가서 아마도 만나게 될 바다

이런저런 고민과 압박 없이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으로 스트레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찰나의 기쁨에 취해보고자 여행길을 떠난다. 나에게도 그런 마약같은 순간이 찾아올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제주도 바다와 하늘, 검은 돌의 힘은 실로 대단한 것이라 할 수밖에. 부디 그 여행이 내게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현실을 살게 하는 힘을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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