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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Nov 03. 2021

식물학자의 노트

서평_01

노란 바탕 책 표지에 그려진 산수국이 아름다워 집어든 이 책은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신혜우 님의 저서이다.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다양한 식물들의 생태를 상세한 그림과 함께 보여주면서 그 특징과 모습을 우리네 삶에 접목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식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초나 고사리에서부터 독도에서만 볼 수 있는 '섬기린초'와 같은 희귀종까지 제법 다양하다. 그리고 그 식물들의 생장과 특징을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말들로 기술해 놓았기에 식물학에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설령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부분은 저자가 굳이 강조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일별하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어렵고 딱딱한 식물학 지식을 독자들에게 주입시키려는 것이 이 책을 낸 저자의 목적은 아닐 것이므로.


저자의 목적이 식물학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식물이 홀로 혹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 모습에 대입해 봄으로써 우리가 보다 평화롭고 진일보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본다면, 매 식물 소개글 마지막 부분마다 다소간 교훈적인 어조로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임을 일러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매번 그런 부분들이 나오는 것이 약간 불편하고 어색하기도 하였다. 식물 그림과 함께 그냥 이 책을 즐기도록 두면 되지 꼭 교훈을 한 마디씩 넣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며 나는 저자가 식물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은 애정어린 탐구대상 정도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기적인 생명체라고만 알려져 있던 식물의 이타성이나, 식물이 뇌가 없음에도 마치 뇌가 있는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식물에 대한 저자의 존경 내지는 경외심마저도 읽을 수 있었다. 따라서 저자가 식물 소개 말미에 그런 부분을 꼭 넣은 것은 독자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식물을 그리고 탐구하면서 깨달은 점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공감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마음을 갖게 되니 한결 열린 마음으로 식물의 모습과 내 모습을 비교하며 다른 점과 닮은 점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소제목만 보아서는 그 부분이 무슨 식물에 대한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점과(를 들어 '숨은 조력자들'이라는 소제목만 가지고는 그것이 난초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가 없다). 책에 그려진 여러 상세화 중에 정작 책 내용으로 언급된 식물은 없는 경우가 제법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부분만 보완된다면 이 책은 식물을 통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이야기책으로 두고두고 곁에 두고 볼만한 책이 될 것이다. 책 내용이 많고 어려워서 읽기 싫다면 저자의 아름다운 식물 상세화만 보더라도 그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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