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리를 자주 비웠다 당신은 그때마다 주차장에 주차해 둔 당신의 전기차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었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나는 당신이 커다란 몸뚱아리를 차에 구겨넣은 채 무슨 음악을 들었으며 무엇을 생각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당신의 부재중이 길어질수록 사무실에서 당신의 목소리는 더욱 또렷해졌고 덩치는 더욱 커져서 언제 어디서나 당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당신이 없어지려 할수록 당신의 자리는 더욱 넓어져서 사무실을 다 차지할 것만 같았다 당신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마침내 그 누구도 알고 싶어하지 않을 무렵 당신은 이곳을 떠나겠노라 했다 아무도 당신이 왜 그렇게 일찍 떠나려는지 묻지 않았고 그럴수록 당신의 설명은 지지부진 길어졌다 그리고 오늘, 떠날 사람 명단에 당신의 이름이 올랐고 당신은 조만간 짐을 가지러 오겠다고 했다 아마도 당신의 마지막 날은 당신이 전기차에 큰 몸을 욱여넣은 채 도망치듯 음악을 들으러 가지 않는 첫 번째 날이 될 것이었다 이제 떠날 수 있다고 당신에게 알려준 날, 나는 당신의 빈 자리를 바라보다가 사무실이 울부짖는 정글 같았던 몇 년 전에 아메리카노가 식어 한약 맛이 날 때까지 카페에 숨어 있었던 게 기억이 났다 아무도 내게 커피가 얼마나 차갑고 쓰더냐고 묻지 않던 때였다 이제 다 식은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아도 되는 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그동안 차에 가서 홀로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었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지 않은 게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