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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Jan 06. 2024

그날, 김광석

일상기록

인터넷 기사에 가수 고 김광석에 대한 내용이 있어 웬일인가 했더니 오늘이 그의 기일이었다. 1996년 1월 6일. 노래의 신 같았던 그가 덧없이 세상을 떠나버린 날.


죽기 전 김광석의 노래는 세대를 아우르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 그의 노래를 참 좋아해서 기숙사 선후배들과 노래방에 갈 때마다 김광석의 노래를 빠지지 않고 불렀다. 내가 당시 주로 불렀던 노래는 '사랑했지만'이었는데, 김광석이 그 노래를 부르는 건 참 쉬워보였건만 막상 내가 부르려니 음정이 올라가지 않아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부를 때마다 나의 한계를 절감하곤 했던 노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방 갈 때마다 포기할 수 없었던 그 곡.


그렇게 그의 노래를 수시로 듣고 부르기도 하며 즐기다가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 들려온 갑작스러운 부고에 참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애가 그 소식을 전해주며 "왜 그렇게 갔을까"라고 했는데, 나도 당시의 남자친구도 이제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김광석은 아직도 1996년 초의 그 나이, 영원한 젊음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내 나이 서른 가량 되었을 때는 그의 노래 중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아, 내 나이가 언제 이렇게 되었지'라고 한탄하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서른, 얼마나 젊고 무궁무진하고 풋풋한가. 지금 나는 더도 덜도 말고 40대 초반 정도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고작 서른을 가지고 세상 다 산 것처럼 아쉬워했다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가 나오지만 앞으로 10년쯤 후, 내가 무려 예순을 바라보게 될 그 때에는 '아아, 내 나이 40대 후반만 되어도 좋겠다'라고 바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갔을 때 음악 교과서에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실려 있으며 이 노래를 부르는 게 수행평가라는 걸 알았다. 대중가수의 노래가 무려 교과서에 실리다니 교육 분위기가 참 많이 바뀌었구나 싶기도 했고, 그만큼 그의 노래가 아름답고 음악성이 있다는 게 증명된 것 같아서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건명이가 중1 때에는 코로나로 학교를 거의 가지 못해 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직접 녹화해서 선생님께 보내야 했는데, 내가 영상을 대신 보내며 대체 어떻게 불렀는지 살짝 보니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열심히 노래중인 중1 건명이

한창 변성기가 진행 중이던 건명이는 목소리가 올라가지 않아 낮고 꺽꺽대었고, 얼굴에는 긴장감과 잘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했다. 원곡을 부른 김광석의 맑고 경쾌한 목소리와 비교하니 건명이의 노래는 정말 미안하지만 마치 장송곡처럼 들려서 나는 혼자 마구 깔깔대었다. 혼자 보기 정말 아까웠던 그 영상은 아직도 소중히 보관 중이다.


김광석은 오래 전에 그렇게 허무하게, 풀리지 않은 많은 의문을 남긴 채 떠나버렸지만 그의 노래는 나와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의 노래를 들어 볼까. 그럼 1996년, 정말 어리고 젊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던 나를 다시 만나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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