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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Jan 28. 2024

사과 두 쪽

나의 시_125

주말 아침마다 나는 조마조마하였다

사과 한 개를 쪼개어 여덟 조각을 내 놓고

쟁반에 곱게 담아 포크도 두 개 준비하여

그와의 조촐한 아침상에 올려두면서


제발 저이가 사과를 많이 먹지 않아야 하는데

나 사과 먹어야 화장실 가는데

내 몫이 적어지면 안 되는데

두근두근, 아슬아슬

하지만 대놓고 말은 못 하고

의 입만 쳐다보았다


그의 몫은 늘 사과 두 쪽이었다

한 개를 먹는 법도, 세 개를 먹는 법도 없이

계약서라도 쓴 듯 두 개만 먹었고

두 조각이 사라지고 남은 사과 여섯 조각은

등받이가 낮은 의자마냥 편안하였다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그가 말한

우리의 주말에도 속절없이 일요일 아침이 당도하고

나는 또 사과를 두 조각만 남겨 그에게 내밀었다

텅 빈 접시를 치우며 설거지통 물이 손등에 튀었을 때

비로소 나는 후회하였다, 아 사과를 더 줄 걸

세 쪽을 줄 걸

아니 그냥 한 개를 다 썰어 줄 걸

후회는

늘 사과보다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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