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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Jan 31. 2024

담배꽁초 빌런

일상기록

퇴근길이었다. 아파트 입구에 거의 도착했는데 우리 아파트 앞에 자동차 한 대가 멈춰 있는 것을 보았다. 아파트 바로 옆에는 편의점이 있어서 차에서 누가 내려 물건을 사려나 했다. 그러나 사람은 내리지 않았고 대신에 금속성의 물체가 아스팔트 바닥을 깡 깡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자동차가 떠나고 난 후 나는 아연실색했다. 아파트 앞 도로가 이런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담배꽁초 테러!!

어지럽게 널부러진 여러 개의 담배꽁초를 보고서 나는 아까의 그 깡 깡 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 소리는 차주가 차내에서 흡연 후 재떨이에 쌓여 있던 꽁초들을 남의 아파트 앞 도로에다 털어 버리는 소리였던 것이다. 게다가 도로는 얼마 전 아스팔트를 새로 깔아서 반들반들 윤이 나는 까만색이었기 때문에 꽁초가 더욱 보기싫게 눈에 띄었다.


차 안에서 흡연하는 건 개인 자유다. 그러나 그 꽁초를 다른데도 아니고 지나가다가 남의 아파트 앞 도로에 떡하니 털어버리고 아무 양심의 가책도 못 느낀다는 듯 홀가분하게 가버리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일까? 차주(흡연자) 본인도 꽁초를 제 집안에다 버리기는 싫었던 모양이지? 대체 그럼 돈을 들여가며 건강을 해치고 지저분한(그래서 자기 집 쓰레기통에도 버리기 싫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흡연자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무척 싫어하는 편에 가깝다. 젊을 때 남친을 고르는 기준도, 외적인 것은 거의 따지지 않았지만 책을 읽고 나와 대화가 될 것, 그리고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었다. 물론 흡연자 중에는 비교적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다수는 길을 걸어가며 담배를 피워 무고한 사람들에게 연기 테러 가하기, 그 담배가 꽁초로 변하면 정말 아무데나 던져 버리기, 그리고 수시로 아무 곳에나 침 뱉기 등의 행위로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야기하는 자들이다. 나는 이제 40대 후반이지만, 왜 내가 이른 아침 출근길에 누군가의 담배연기를 맡으며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호흡기를 더럽혀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할 생각도 없고.


아이들이 보고싶어 발걸음을 재촉하여 걸어오던 퇴근길에 담배꽁초 빌런을 마주쳐 무척 기분이 상하는 저녁이었다. 아무데나 꽁초 무더기를 털어놓고 가버린 양심없는 인간, 가다가 차 바퀴에 펑크나 나 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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