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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Oct 16. 2018

나를 잃지 않는 것

소심하면 뭐 어때서 

요즘 나도 모르게 신경써야 할 일이 많다보니 생활이 흐트러질 때 나오는 패턴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회사 일 외에는 다 뒷전으로 하고, 자기관리, 주변관리라는걸 포기한채 집은 난장판을 만들어놓는다,

그때그때 의식적으로 생각나는 아무음식(특히 맵고 달고 짜고) 이나 잔뜩 시키고, 막상 먹으면 입맛을 잃고 버리고 또 사먹고.. 그날그날 다 읽지 못한 카톡의 계속 숫자만 쌓여가는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일도 듣고 싶은 음악조차 잃어버린 시간을 반복하다보니 문득 얼마나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던지 

오늘 저녁엔 무의식적으로 조용함이 싫어 켜놓던 티비를 끄고 앨범에 있는 음악도 듣고 책도 읽었다. 

간만에 2014년 연말 10주년 공연 페퍼톤스 라이브 앨범도 듣는데, 여전히 그때도 불안해하면서도 새해라고 나름 새로 다짐을 하던 내가 생각나서 미묘한 기분도 들었다. 얼마전부턴 새해 다짐도 하지 않기 시작했는데. 


<새벽열차 - 페퍼톤스 LIVE> 

숨가쁘게 달려온 오래 전 그 언덕 위에는 안녕하고 부르는 날 반기는 너의 웃음소리

날 울리는 너의 웃음소리, 참 오랜만이야 

https://youtu.be/NxYFbd_qF7w


<폴킴 - 비> https://www.youtube.com/watch?v=9jFZdu0zTEA


찌질찌질 소심이인 나는 마음연습이 많이 필요한 사람인데, 최근에는 중심을 잃고 하루가 숨막히게 느껴진다고 느껴지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누군가 나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아차 싶었던 것.

그래 난 소심한 사람이다. 그런데 소심하면 뭐 어때서. 그래서 난 더 사람들의 이야기에 잘 공감하고 누구보다 다른사람들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잘 들어줄 수 있다는걸 잠시 잊고 이런 날 숨기고 살아가려 했구나.


이제부터 나는 이런 나를 숨기지 않기로 했다. 


곤란해지고 싶지 않아! 곤란해지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니까 곤란해지는거야!

성격은 가끔 속임수만 쓸 수 있을 뿐 고치는 건 힘들다. 그래도 내 성격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소심함이 싫지 않다. 덕분에 내 글을 잃고 찌질한게 딱 내 얘기 같더라 라는 얘기도 종종 들었고 너는 남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구나라는 공감도 사면서 살고 있다. 

소심한 사람은 소심한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고 소심한 사람은 소심한 사람의 마음을 안다. 그 능력은 매우 소중한 능력이다. 그러니 나처럼 소심한 사람들, 더는 걱정 마시기를. 세상에는 우리같은 사람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소심한 사람들끼리 서로 어울렁더울렁 살아가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소심해지고 싶지 않아서 소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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