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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Sep 22. 2019

배우 박정민의<쓸 만한 인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책 말고. 그냥 보통 사람들이 살 법한 인생을
보통 사람들도 쓸 법한 문장으로 적은 종이뭉치


박정민배우의 <쓸 만한 인간>이 개정증보판으로 나왔다. 부끄럽게도 난 책읽는 습관이 길들여지지 않아서, 어려운 책은 잘 못읽는 편인데 이 책은 누가 봐도 쉽게 술술 읽힐 정도로 편한 문장으로 쓰여져 있다.

나는 에세이 형식의 글을 좋아한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예를 들면 직장인, 개복치 멘탈), 또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 생각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면에서는 모두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공감하며,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몇년 전부터 박정민배우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당시에는 영화를 거의 보지 못하고 지내왔던 시기라 잘 몰랐는데, 최근 그가 나온 몇몇 영화들을 보고 이런저런 인터뷰들을 보다보니 왜 그렇게 그 친구가 이 배우를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사람이 가진 매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이런저런 실수를 하기도 하고, 이성에게 차여보기도 하고, 본인을 찌질이라고도 표현하며 풀어나간 경험쟁이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재밌었다. 특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핫도그를 일부러 잘못만들어서 서러운 척하며 구석에서 핫도그를 먹었다는 얘기를 보고 20대때의 나와 내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물론 내가 보기에 연기도 잘하고, 글도 잘쓰고 똑똑한 평범 이상의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과정들이 우리 모두의 경험과 닮아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난 맨날 경험해. 경험쟁이야.
아무튼 경험하다보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다.
새롭게 배우기도 하고 적응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괜찮아지는 것일테다.
나는 천천히 가는 스타일이야. 천천히가면 주위도 둘러볼 수 있고, 
나무가 아닌 숲도 볼 수 있고, 자세히 보면 나무도 볼 수 있는데. 
저 나무 어디서 많이 본 나문데.. 또 조급해지는 철없는 20대가 돼버린다.
그렇게 조급함과 다스림을 반복하는 20대 후반의 본인은 다시금 박원상의 말씀을 되새긴다. 
자연스럽게 다가올 그 떄를 기다리며 성실하게 충실하게 절실하게 하자.
뭐 이러다 또 조급해지기 마련일테지만 꾸준히 해보려고 노력한다.


33살, 이제 조금만 있으면 직장생활 10년차에 접어드는 나이.

특출나게 잘난거 없었던 어린시절들을 지나 그냥 닥치는 대로 좀 더 잘살아보겠다고 시간을 쓰다보니 어찌됐든 예전보다 내 삶은 훨씬 나아지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누군가의 말대로 같은 일 10년쯤 하면 장풍이라도 쏘고 있을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게 딱 맞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불안감에 계속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고 자꾸 마릿속에 뭔가 집아넣으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아, 대체 언제까지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거지. 이렇게 하면 나 좀 더 잘 살 수 있는거 맞아? 그냥 쉬고 싶다.

그냥 다 그만하고, 되는데까지만 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어제보다 오늘은 좀 더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데, 대단하게 이룬게 없는것 같아 계속 이리도 불안한가보다. 

서른살의 모습은 내가 기대했던 그 모습으로 살고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스스로에게 하는 그의 말이, 나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다. 

훗날 마흔이 되었을 떄, 내가 예상한 마흔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난 그 다음을 또 기약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뭐, 그대들을 위로하는 말도 용기를 가지라는 말도 아니다.
그저 나는 그렇다는 말이다.
나 같은 것도 말이다. 


내일은 월요일이고 또 나는 다시 기획서와 사투를 벌이겠지만, 

그래도 다 잘될 겁니다. 


Life Meets Life | 쓸 만한 인간 by 박정민 (LIFEPLUS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CBpJTCuIwfI&t=1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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