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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Oct 15. 2019

조커, 빛이 안보이는 인생의 비극에 대하여

그래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를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영화관에서 조커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유튜브로 리뷰를 꽤 많이 보고 간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영화 보고 난 이후로 우울한 기분이 며칠째 들고 있다. 추워진 날씨 탓일 수 있고, 최근 안좋은 기사들을 보고 난 후의 데미지도 복합적인 원인이긴 하겠지만 자꾸만 우울감이 든다. 

상당히 멘탈적 폭력성이 강하다라는 리뷰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어린시절 내가 살던 동네는 경제수준이 높은 편의 동네는 아니었다. 집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대부분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렇다보니 어린시절 나는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도 있었고, 부끄럽지만 어린마음에 좀 더 잘사는 주변 친구들을 질투하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내가 어른이 되서 이루어야 할 꿈은 거창하게도 '인생역전' 이었다. 30대가 된 지금 여전히 그 거창한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둥바둥 노력 했더니 개인적인 기준으로 삶의 질은 훨씬 나아졌다. 이것은 부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내가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일이다. 살면서 어려움이 생겨도 돌파구가 보이는 수준의 일들이었을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 누군가에게는 노력이라는 것은 상식 밖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영화속 조커의 주인공 아서의 삶은 너무나도 척박하다. 

길거리에서 광대 일을 하는 아서는 불량 청소년들에게 간판을 빼앗기고 놀림받다 못해 구타까지 당하고 직장에서는 그런 이유로 책임을 그에게 지게 한다.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집에 가면 돌봐야 할 어머니가 있고, 밖을 나가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온몸에 멍이 든 채 앉아있는 앙상한 뒷모습이 너무나도 무겁고 서글프게 느껴진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잘 융화되어 살아보려고 하지만,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결국 지하철에서의 사건을 계기로 잠재되어 있던 그의 광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서가 조커가 되도록 트리거를 준 것은 도저히 혼자 의지로는 극복할 수 없는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는 가슴아픈 일이다. 도저히 삶을 평범하게 살아가기 힘들게 만드는 현실은 몸도, 정신도 갉아먹는다.

절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어딘가에 있을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라 더 힘들었다. 


이 영화를 몇번이고 봤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난 더이상 볼 순 없을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최소한 노력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좋겠다.


+ 조커에 대한 리뷰 중 역사적 배경까지 해석해서 리뷰한 흥미로운 영상이 있어서 추가합니다. 

이 영상의 Senseless Violence 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흥미롭다. 

미국 사람들은 총기난사나 테러와 같은 같은 사건들을 Senseless Violence = 앞뒤가 안맞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폭력 이라 묘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이를 Senseless Violence로 치부한다는 것은 그들은 원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며 나와는 관계없는 사람, 즉 이들을 이해하기를 포기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여, 사회가 이러한 괴물들이 양상되는 이유들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 환경을 개선할 수 조차 없는 = 책임감을 회피하는 비겁한 단어라는 것이다. 


조승연의 탐구생활 https://youtu.be/m-3-_yQ1o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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