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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Nov 17. 2019

밴드 피아, 마지막을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밴드 피아 마지막 공연, Only The Youth Burns

2019년 11월 16일 토요일, 오늘은 밴드 피아의 마지막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어떤 음악이 대세이건 간에, 피아는 평생동안 그대로 그 자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나도 모르게 있었는지, 해체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놀랐었다. 한편으로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이니, 각자의 더 좋은 앞날을 위해 어렵게 결정했으리라 생각도 들었지만 피아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밴드 피아 입니다.
너와 나. 사랑. 청춘. 열정. 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함께한 20년이 마치
뜨거운 한숨
한 번의 순간처럼 지나가버린 것 같아요.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피아는 락밴드로서
여러분과 함께 해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영광스럽고 행복한 시간들 이었습니다.
아니, 그 모든 순간들은
여러분들과 함께였기에 가능했고,
울고 웃을 수 있었고,
또 언제까지나 타오르는 소진되지 않을 청춘의 불꽃 같았으며,
비로소 너와 나 ‘피아’라는 밴드 이름의 완성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늦었다기엔 빠르고, 갑작스럽다기엔 예정된
선택의 순간이 다가옴에 따라 아픔과 고통에 주저하며
당신들께 오직 미안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변화와 흐름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 한 번 거슬러 오를 수 없음을 느끼며
이제 밴드 피아의 다섯 멤버
요한,헐랭,기범,심지,혜승은 ‘피아’가 아닌
저마다의 이름으로
각자 다른 삶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해요.
2019년 가을에 있을 단독공연을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함께했던 밴드피아는
공식적으로 해체합니다.
피아를 기다리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해주신 당신을 추억하며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아낌없던 그 큰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함께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Band Pia 공식 페이스북


H.O.T.를 좋아했던 중학생의 나는 2001년 가장 좋아했던 아이돌가수의 해체에 충격을 받고 잠시 갈길을 잃었다가 밴드음악에 빠져서 새로운 덕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린킨파크와 림프비즈킷을 시작으로 당시 가장 대세였던 뉴메탈 장르를 하는 밴드들을 찾아서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가장 좋아했던 밴드가 피아였다. 음악 때문에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좋아하다 보니 아이돌 좋아할 때처럼 피아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당시 피아는 15살의 나에게 아이돌과 같은 존재였다. 당시 어리기도 하고,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보니 피아의 소식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은 밴드피아 카페와 멤버들의 싸이월드가 대부분이긴 했고, CD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밖에 없었지만 난 그것만으로도 즐거웠었다.

그렇게 좋아하기 시작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러버렸나.
싸이월드와 연주 영상 보면서 좋아하던 중학생의 내가 어느새 33세의 때묻은 직장인이 되다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피아의 공연&음악과 함께했던 시간들도 다시 돌아보게 되는 날이었다.
원래 어른이 되고 가면 갈수록 이런 즐거움 하나하나가 더 소중해지는데, 이 즐거움이 이제 추억속에 남게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많이 이상하고 허전한 마음도 들었다


Only The Youth Burns
오늘의 피아 공연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신나고 즐거운 공연이었다. 조명도 역대급으로 훌륭했고, 영상도 예뻤고, 라이브도, 공연음향도 최고였다. 내 키가 너무 작아서 공연의 순간을 한눈에 담기 어려웠던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공연이 너무 좋아서 마지막 공연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앵콜곡으로 소용돌이를 듣는 순간 갑자기 이게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뭐야 이제 나 이 노래 라이브로 못듣는거야? ㅜ.ㅜ"
아마도 나처럼 오랫동안 피아를 좋아했던 분들이 오늘 공연에 함께 했을거라, 그 아쉬움들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렇게 꺼내볼 수 있는 좋은 기억들이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공연은 덤덤하게 끝났고 언젠가 짧게나마 서프라이즈처럼 다시 만나서 다같이 즐거워하는 상상을 하면서 돌아왔다.  
분명히 즐거웠었는데, 돌아가는 길이 많이 춥구나!



*** 사진 몇장 꺼내보기
남편이 사진 뒤에 적은 글! 기념으로 찍어두었다.
2015년에 펜타포트에서 밥먹다가 지나가시는 혜승님을 보고, 반가워하니까 남편이 (그때는 결혼전이었구나) 이렇게 사진을 잘 찍어왔다.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남편이 찍어온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나도 같이 찍을껄..
처음에 혜승님 사진만 찍었는데, 먼저 같이 안찍어도되냐고 물어봐주셔서 같이 사진도 찍었다고 한다. (감동)


그리고 이런저런 공연사진 몇장들. 좀 더 옛날 사진들도 있을텐데 아래 사진들은 몇년 전 펜타포트 사진도 있고, 라이브 클럽의 여러 공연들 사진도 있다. 사진들을 보니 A.B.B.D에서 원숭이 정말 잘 부르던 학생들도 생각나고 갑자기 연말에 긴급공연 해서 예매도 못했으면서 무작정 가서 표를 구해 들어갔던 기억도 나고, 이런저런 공연 장면들과 그 때 재밌었던 기억들이 떠올라서 좋았다.


앞으로의 새로운 미래도 진심으로 응원하며, 좋은 모습으로 어디서든 자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Everybody stand up for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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