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잠 Apr 20. 2021

올해 마지막 벚꽃과 별 일 없는 하루

행복의 하한선이 낮아진다는 것

코로나 때문에 어딘가로 벚꽃을 멀리 보러 나갈 순 없지만, 아쉬운대로 올해는 동네에서 매일 벚꽃을 봤다.

가까운 곳 탄천에 벚꽃길이 있어서 재택하는 동안 점심에 산책도 하고 커피도 사왔다. 매년 희한하게도 이 때쯤엔 봄비가 내린다. 올해는 특히 주말마다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예쁜 사진 하나 못찍고 넘어가나 했는데, 마침 이날 예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바람이 세게 불면서 벚꽃이 눈꽃처럼 휘날리는데, 꽃잎 하나가 내 카메라 앞으로 휘리릭 날아왔다.

별 일 아닌 일이지만 우연히 찍힌 이 사진이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 읽고 있는 이석원의 에세이 <2인조>에서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행복은 이처럼 모두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며 나이와 성별, 세대별로도 다른 모습을 띤다. 어릴 적의 행복과 기쁨이 설렘 재미 같은 것들이었다면 어른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주로 감사함과 안도감이 아닐는지. 걱정, 불안, 고통이 없는 상태.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지 않은 대가로 주어지는 마음의 평화 같은 것들.

행복이 이처럼 주관적이라 저마다 다른 모습을 띤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하나 찾는다면 행복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스스로 만들기라도 해야 한다는 것. 만약 행복이란게 자기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줄도 모르고 평생을 보내게 된다면 먼 데 있지 않다는 말이 다 무슨 소용일까.


예전에는 어디선가 1등을 한다던가, 또는 로또 대박과 같은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기 어려운 것들을 행복의 정의라고 생각했다면, 요즘에는 그 기준의 하한선이 저 밑까지 내려온 느낌이다. 걱정, 불안, 고통이 없는 상태.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지 않은 대가로 주어지는 마음의 평화 같은 것들.. 기준의 하한선이 내려왔다는 것은 작은 일에도 기분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매우 긍정적인 것이다.


당장에 나는 지금 치과 치료를 받느라 이가 아파서 고생중인데, 이것만 해도  기분에 주는 부작용은 엄청나게 크다. 이가 아프니 머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니 일하기도 힘들고 몸도 아프다. 이렇게 작은 아픔에도 힘이 드는데, 고통이 없는 상태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싶다. 요즘은   없는 하루가 가장 행복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식은 인생역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