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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ul 05. 2021

2021년, 나의 상반기는 어땠을까

기록 중독

요즘 들어 아무것도 하기싫고, 어떤 일에도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삶이 크게 보람되지도 않고 자꾸만 나의 단점만 부각되어 보인다.

계속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 안될 것 같아 내가 올해 상반기에 한 일들을 정리하면서 잘한일과 앞으로 해야할 일도 생각해보기로 했다.


� 2021년 상반기에 한 일들

평생 시작하는 일만 잘하고 끝맺음을 제대로 해낸 적이 많지 않다는 것이 항상 부끄러웠다.

올해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시작을 했으면 하나라도 끝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몇가지 일들을 해봤다.


이후북스 매일 10문장 글쓰기 온라인 모임

3주간 매일 작가님의 가이드에 맞추어 10문장의 글을 쓰는 온라인 모임이었다.

10문장이 길지는 않지만, 매일 3주간 빠짐 없이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꾸준함이 습관이 되지 않다보니 피곤한 날은 건너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번엔 하루도 빠짐없이 참여해서 끝까지 글쓰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매일 글쓰기를 하면 내가 쓴 글을 모아서 작은 바인딩북으로 만들어 주신다. 모자란 글이라도 매일 뭔가를 써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매주 주말엔 그주에 내가 쓴 글에 대해 다른 글쓰기 동기들이 댓글을 달아준다. 내가 쓴 글에 대해 누군가의 생각을 듣는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다들 글을 너무 잘 쓰셔서 그 글을 읽으면서 매력적이고 읽기 쉬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나만의 부캐를 키우는 브런치 글쓰기 클래스 & 브런치북 완성

글쓰기를 잘하고 싶지만 항상 어렵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글쓰기 클래스를 신청해보았다. <나만의 부캐를 키우는 브런치 글쓰기 클래스>라는 제목으로 세영드림님께서 이끌어주시는 수업이었다.

매주 약 2개의 글을 쓰면서 다른 분들의 글도 많이 읽어보고, 내 글에 대한 피드백도 받으면서 평소 내 글쓰기 습관과 고칠점도 알게 되었다.

일주일에 2개의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성취감도 따라오는 일이었어서 올해 상반기 내가 한 일중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 과정에서 고통스러움보다는 하나의 글을 완성할 때마다 얻어지는 것들이 많아서 앞으로도 더욱 잘하고 싶은 일이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몇년간 미뤄왔던 브런치북도 드디어 완성했다. 당시에 밀리의 서재 X 브런치북 전차책 출판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응모도 했다. (물론 떨어졌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이 글쓰기 수업을 계기로 오랜 기간 미뤄왔던 결과물을 완성하게 되었다는 것이 기쁘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ittersweetlife



신규 서비스 기획서 쓰기

회사의 업무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에 어떻게든 완료를 하지만, 업무 외의 시간에 목표한 일은 쉽게 해내기가 어렵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 업무를 하는 것에 보내고, 남은 시간중 일부를 활용하면 충분히 기획서라도 하나 쓸 수 있겠다 생각하지만 퇴근 후 시간에 그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일을 하는게 나의 약한 의지력으론 항상 쉽지 않았다.

점점 떨어지고 있는 체력까지 의지력 하락에 한몫을 하던 중, 기회가 하나 생겨서 신규 서비스 런칭에 대한 기획서를 쓰게 되었다.

약간의 강제성이 부여되니 시간과 집중력을 투자해서 기획서를 쓰는 것에 행동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뇌가 휴식할 시간도 없이 머리를 너무 많이 쓰다보니 그 기간동안 많이 힘들긴 했다. 시간이 지나면 이것조차 해볼 체력과 기회도 없을 것 같아 무리수로 진행했던 일인데, 이 일을 끝까지 잘 해낸다면 나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일이 될 것 같다.

하반기에는 실제로 구현해내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것도 무사히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매일매일 기록하기

갈수록 하루하루 기억이 휘발되는 것이 아쉬워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주차별로 기록하다가, 매일매일 기록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일기를 제대로 쓰고 싶었지만, 역시나 매일 긴글쓰기가 어려워 짧은 메모 형식으로 매일 빠짐없이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했다.

노션에 갤러리 형태로 그날을 기억할만한 사진을 몇장 넣고 뭘했는지, 무슨생각을 했는지를 메모했다.

시간이 지나서 기록들이 쌓이는 모습을 보니 재밌다. 이 기록이 몇년치가 되면 더욱 재밌을 것 같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내용대로, 그날을 기록하고, 내년의 같은날에 쌓아서 내용을 기록하는 식으로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 잘못한 일들

의미있는 삶과 파이어족에 집착한 나머지 또 번아웃이 와버렸다.

4월까지 하루종일 쉬지 않고 열심히 이것 저것 하고, 5월에 어느정도 급한 것들이 정리가 되면서 6월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모든게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 또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계속 의미있는 일을 하려고 하고, 얼른 뭐라도 해서 마음 편히 살고 싶다는 생각에 집착하다보니 삶의 자연스러운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반기에는 빡빡한 계획들을 지우고 내가 한 일들 위주로 기록해보도록 노력해야겠다.

쉽진 않겠지만 지금의 이 상태가 얼른 나아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자기 전엔 책을 조금이라도 읽고 싶었는데, 핸드폰을 너무 많이 해서 항상 피곤하게 일어났다.

하루종일 앉아서 컴퓨터로 이것저것 하다보니 활동량도 줄고, 움직임이 적으니 살도 찌고 체형이 나쁘게 바뀌었다.

지금 재미없음을 느끼는 것에 적은 활동량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다.



� 좋아한 것

BTS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아이돌에 관심이 없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밴드음악과 공연에 집중하느라 더더욱 아이돌 문화에는 관심가질 틈이 없었다. 그러나 BTS의 영상을 몇번 자세히 들여다 본 후부터, 하루 종일 BTS의 모든 컨텐츠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지금은 BTS를 보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코로나로 가장 좋아했던 취미생활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데, 그 대신 새로운 취미생활이 생긴 것 같다. 무엇보다 그들이 삶을 열심히 살아가면서 하나하나씩 이뤄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이미 성공한 이 친구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동기부여도 된다. 여러가지로 긍정적이다.



로봇청소기

고민 끝에 로봇청소기를 샀는데 만족도가 매우 높다. 넓지도 않은 집에 로봇청소기가 있어서 얼마나 효율을 낼까 싶었는데, 로봇청소기를 산 다음부터는 방도 항상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고, 내가 청소기로 청소했을 때보다 훨씬 청소도 깔끔하게 잘 된다. 로봇청소기 이름은 로순이로 지었다. 지금은 로순이가 있어서 행복하다.


주식

요즘도 주식은 열심히 하고 있다. 나는 한번 주식을 사면 매도를 잘 하지 않고 한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큰 수익이 나지는 않는 편이다. 항상 급하게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순간에는 부작용이 난다. 상반기에도 지루한 마음에 한번 잠깐 소액으로 단타를 시도했는데 타이밍을 잘못잡아 실패했다. 반성하고 천천히 조금씩 쌓아가는 방법으로 투자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전 매일 재테크 일기를 쓰는 블로거를 보고 꽤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식에 제한 없이 당일 매수/매도한 종목을 적거나, 그날의 경제 이슈 등을 자유롭게 적는다. 주식 자산의 변화를 적는데 점점 서서히 자산이 늘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건 매일 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올려보려고 한다.

앞으로 오를 종목을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오른 종목들이 왜 올랐는지 알아가는 것 부터 시작하면 나중엔 미리 예측 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콤부차

정국이 덕분에 알게 되어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고 있는 콤부차. 올해 3월 일어난 콤부차 대란에 한몫했다. 달달한 맛이 나는데도 당이 하나도 없고 건강한 성분이 들어있다. 물먹기 너무 힘든데, 하루에 1-2잔은 콤부차를 마시니 조금이라도 물을 더 먹게 된 것 같다.


좋아하는 아이스라떼도 매일 맛있게 마시고, 예쁜 꽃도 사고, 하늘이 예쁜날이 올 때마다 사진도 많이 찍어놨다. 오리눈집게로 오리눈 만들었을 때도 좋았고, 기운이 없는 날은 펭수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갈 수 있었던 뷰티풀 민트라이프 페스티벌, 온라인이라 아쉬웠지만 보는 동안 즐거웠던 BTS의 소우주, 이소라 콘서트. 아빠의 환갑. 귀여운 강아지 언돌이..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놓고 나니 좋은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세상에는 좋은 일들이 훨씬 많은데, 자존감을 떨어지게 하는 사소한 일들이 항상 더 눈에 크게 보이고 이런 것들이 모든 좋은 일들이 하나도 없었던 듯이 만들어버리게 되는 날들이 많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일이 나에게 꽤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하반기에는 좀 더 좋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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