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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ul 13. 2021

삶이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최근 한동안 삶이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와중에도 너무 지루하고 무료해서 매일 하품이 멈추질 않았다. 지루하다는 것은 아무일이 없다는 반증이니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솔직히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때로는 재미없음과 함께 찾아온 무기력감이 자존감까지 낮아지게 만드는 날도 있었다.

고작 이정도의 능력으로 내가 무슨 그럴듯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을까, 지금 하고 있는 나의 노력들이 결국은 그저 자기합리화는 아닐까? 과연 나는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맞을까?

화려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 모습은 너무 평범하다 못해 눈에 띄지도 않는 주변인 같이 느껴졌다. 

시무룩해진 내 표정을 보면서 어깨도 같이 축 쳐지는 날들이다.


이렇게 하루를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유튜브에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는 법, 삶이 재미없을 때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서 영상 몇개를 본다. 집중력이 이미 없는 상태라 긴 영상도 볼 수가 없다.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댓글을 몇번 읽어보다가 닫는다. 다시 노션에 한바닥 세워논 계획을 보고 한숨을 쉬며 하루의 계획을 머리를 싸매고 느릿느릿 해나간다.


이런 시기에는 억지로 의미있게 무언가를 해보려 계획하는 것들이 오히려 더 큰 역효과를 부르는 것 같다.

매일의 할 계획을 빼곡히 적어놓아도, 복잡해진 머리와 무기력은 평소보다 많은 일들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오랜시간 자리에 앉아 있어도 일을 할 수 없고 다시 나를 자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프로이트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구성은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세 요소로 구성된다고 한다.

- 이드: 본능.쾌락주의 지금 당장의 욕구에 따라 제 멋대로 원하고 행동
- 자아(ego) 현실주의. 이드의 요구와 현실 상황을 고려하며 타협안을 찾음
- 초자아(superego). 도덕적 완성. 자아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평가하고 비판

여기서 초자아의 성향이 강한 사람의 경우, 완벽주의나 강박에 빠져 삶의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겅우가 많다고 한다. 가혹한 초자아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죄책감을 가지게 만듬으로써,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주기적으로 이런 생각이 찾아오는 이유는 내가 초자아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 건강한 상태는 자아(EGO)가 강하고 여기서 이드와 초자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상태라고 한다. 


최근에는 깜박하면 안되는 일을 제외하고는 메모장의 할 일 리스트를 비워두었다. 

무기력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은일부터 쪼개서 성취하는것이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이것조차 강박이 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무언가를 신나게 할 에너지가 생길 때까지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 보기로 했다. 


한참 무기력이 심할 때, 이 글을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써두고 몇 주가 지난 후에야 완성한다.

그동안 강박적인 계획은 전보다 많이 줄였고, 상반기에 한 일들과 생각들을 정리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된 것도 있지만, 이 두가지 일을 한 것은 꽤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특히 상반기에 한 일들과 생각들을 정리하고 나니,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이 눈에 보여지는 것 같아 괴로웠던 마음들이 꽤 나아졌다.

그리고 내가 보내온 하루들을 보면서 좋은 날이 더 많았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억지로 힘을 내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패턴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어느새 괜찮아지는 날이 온다.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조금씩 더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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