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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pr 11. 2022

리추얼 시작 한달 째 변화한 것

삶은 계속되니까 

과거의 좋았던(사실은 좋은 것만 남아 미화된) 순간을 그리워하고, 권태에 젖어 그 어떤 것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할 때 쯤 리추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일을 하거나, 반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유튜브만 보는 일을 극단적으로 반복하다보니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다.


많은 일을 하고 난 후에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전혀 머리를 써도 되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영상만을 골라봤다. 좋은 음악을 찾아듣는 행위조차 소모라고 느껴져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지나치게 게으른 행동을 보이며, 애써 생각하는 것을 회피했다. 작년에 열심히 하던 브런치 글쓰기도 거의 반년간 멈췄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 광고 로직은 귀신같이 나를 리추얼 프로그램에 타겟팅했고 그 게시물에 이끌려 밑미의 <나의 일상에서 수집하는 하루 영어 한문장> , <작사가와 함께 하는 음악디깅> 2가지의 리추얼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막상 해보니, 처음 시작할 때는 욕심 부리지 말고 1가지만 하는게 좋은 것 같다. )

강제성은 없지만 프로그램의 룰에 따라 4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리추얼을 완료했다.  항상 시작은 거창하고 끝은 흐지부지했던 것이 부끄러웠어서 이번엔 작은 일이지만 끝까지 했다는 것에 오랜만에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리추얼로 인해 일로 꽉찬 하루의 틈새에 짧게라도 정리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다.

항상 정성스럽게 피드백을 주시는 리추얼 메이커님 덕분에 재밌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기도 했다.

좋아했던 노래의 가사, 아티스트가 했던 이야기들, 최근 읽은 책들에서 찾은 문장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거기에 짧은 영어까지 써보면서 한쪽으로만 썼던 뇌를 최근 다시 다양하게 사용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BTS가 그동안 했던 UN 연설을 다시 자세히 읽어봤던 것이 가장 좋았는데, 내가 BTS 좋아하기도 하지만 쓰여진 글의 내용이나 표현의 방식이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게 훌륭했다. 


Our tomorrow may be dark, painful, difficult. We might stumble or fall down.
Stars shine brightest when the night is darkest.
Let’s reimagine our world. We’re huddled together tired, but let’s dream again.
Let’s dream about a future when our worlds can break out of our small rooms again.
Life goes on. Let’s live on.

우리의 내일은 어둡고, 괴롭고, 힘들지 모릅니다. 우리는 걷다가 넘어지고 엎어질지도 모릅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빛은 더 빛납니다.
그리고 다시 상상해 봅시다. 힘들고 지친 우리가 또다시 꿈꿀 수 있기를.
좁아졌던 나의 세상이, 다시 드넓게 펼쳐지는 미래를.
삶은 계속됩니다. 우리 함께 살아냅시다.


리추얼은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 활동을 의미하는 말로, 어떻게 보면 '습관'이라는 말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차이는 '의미부여'의 과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습관은 인식하지 못한 채 반복되는 패턴이고, 리추얼은 이 행동패턴과 더불어 의미부여의 과정이 추가된다. 

저녁에 그날의 좋은 문장을 읽고, '더 열심히 살고 싶다'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등의 뿌듯한 느낌이 있다면 이것이 리추얼이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날 만들고 싶은 하루를 생각하는 것, 이불정리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하루의 시작을 깔끔한 마음으로 세팅하는 것 등 작은 행동들의 반복적인 패턴을 통해 비슷해 보이는 일상들이라도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바쁘고 한가한것과는 별개로 반복되는 삶이 지루하고 단조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매일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직장인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평일 고된 업무시간을 보내고, 주말만을 기다리는 5일을 보내다가 짧은 2일간의 주말을 아쉬워하며 다시 평일을 맞이한다.

단조롭고 지루하다는건 어찌보면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게 흘려 보내는 하루들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직 한달밖에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여러가지 리추얼들을 해보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찾고 앞으로 10년, 20년 매일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리고 언제 다시 찾아올 지 모르는 마음의 위기에 이것이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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