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페스티벌의 계절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매주 주말마다 공연을 보라가고 있다. 봄의 뷰민라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난지에서 열린 피크 페스티벌이 여름에 진입하는 페스티벌의 시작이다. 원래대로라면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이 열릴 시기인데, 안타깝게도 펀딩을 통해 모금 이후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했고 좋지 않은 일로 인해 이제는 더이상 열리지 않는 듯 하다.
서울재즈페스티벌과 같은날에 열렸음에도 내가 그동안 경험한 난지공원의 페스티벌중 역대급으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난지 페스티벌에서의 주차는 운에 맡기고, 그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조금 더 걷더라도 좀 더 먼곳의 주차장을 찾길 추천한다.
올림픽공원의 페스티벌은 뷰민라, 재즈페스티벌 등 말랑한 음악들이 주를 이루는 소풍같은 느낌이라면, 난지한강공원의 페스티벌은 그린플러그드, 렛츠락 등 관객이 더 액티브하게 즐길 수 있는 느낌의 페스티벌이 많이 열린다. 예전만큼 무대 4개로 꽉찬 대규모 밴드 페스티벌을 볼 수는 없지만 요즘은 이런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솔직히 예전만큼 페스티벌 가기전의 과정이 설레지만은 않는다. 설렘의 양이 넘쳐서 그 어떤 곳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체력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슬픈 일이 일어났다.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 싸기, 최적으로 즐기기 위해 돗자리에 간식에 각종 준비물을 주렁주렁 달고가던 옛날은 다시 돌려놓고 싶은 추억으로 남았다.
급격히 하강한 체력과 에너지로 공연장에 도착할때까지의 과정에 고통이 따른다. 이제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은 지갑뿐이다. 한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 주차하는데 2시간, 북적북적한 곳을 뚫고 자리를 확보하기까지 가는 과정만 해도 대부분의 에너지가 소진된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거쳐 공연을 보러 오는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평소에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엄청난 희열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 공연의 모든 곡에서 그 느낌을 느끼지 않아도 좋다. 단 한두곡에서만 느껴도 그날의 공연관람은 매우 성공적이다.
피크 페스티벌은 2년만에 맞이하는 스탠딩 공연이다. 그전에 넬과 에픽하이 단독공연을 재밌게 다녀왔지만,고정된 의자에서의 스탠딩과 페스티벌에서의 스탠딩은 차원이 다르다.
오랜만에 만나는 국카스텐이 특히나 반가워 기분이 들떴다. 오랜만에 천장 뚫을 것 같은 시원한 고음과 함성소리 들으니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다.
피크 페스티벌의 마지막, 밤시간 선선해지면서 부는 바람과 넓은 한강공원에서의 넬의 음악이 잘 어울렸다. 여기저기 지금 너무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언어가 듣기 좋았다.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되고, 어렵게 되찾은 것들을 잃을까 두려워 더욱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몰입하여 쏟게 된다. 이제 지난 2년은 살면서 일어난 해프닝으로만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