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공연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잠 Dec 19. 2022

페퍼톤스 2022 콘서트: 천 개의 우산을 발견했다

페퍼톤스 콘서트 THOUSAND UMBRELLAS

2022 PEPPERTONES CONCERT THOUSAND UMBRELLAS

밴드 페퍼톤스의 연말 콘서트이자 7집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가 3일간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두번은 가자는 마음으로 금, 일을 예매해두었는데 금요일 공연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토요일까지 예매하고 3일 연속 공연을 다녀왔다.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는 7집 앨범의 전곡들과 신재평님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치얼업OST의 곡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7집 앨범 발매 후 첫 콘서트인만큼, 이번 공연의 핵심은 7집의 곡들이었던 것 같다. 

겨울의 사업가 
청춘
미공개곡
Chance! 
Shine 
STEP
데네브 
Knock
노래는 불빛처럼 달린다
FAST
행운을 빌어요 
우산
coma 
검은 우주
카우보이의 바다
어디로 가는가 
고래
사파리의 밤
New hippie generation
21세기의 어떤날
태풍의 눈
긴 여행의 끝
GIVE UP


이날을 위해 기다려온 사파리의 밤 

이걸 보기 위해 내가 이 공연에 왔구나 싶었다. 첫날 깜짝스럽게 무대가 돌아가며 등장한 스윗소로우의 김영우님과 콰이어는 소름끼칠정도로 멋졌다. 7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다가 이 곡을 이렇게 멋진 구성으로 볼 수가 있다니. 10년 넘게 페퍼톤스 공연을 다니면서 느낀 건 이 좋은 순간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거다. 이 공연을 오래동안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3일 모든 콘서트를 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페퍼톤스의 모든 공연을 빠지지 않고 다녀오면서, 모든 순간이 좋았지만 가장 오랫동안 기억하는건 2014년 페퍼톤스 Our song 공연이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그 때의 생각이 많이 났다. 


마냥 밝은 내용만이 아니었던 7집이다. 하나의 소설을 읽는 듯한 이번 7집의 앨범은 어두컴컴한 길 속에서 홀로 걷는 듯한 느낌도 들고, 밴드와 비슷한 나이대를 거쳐가는 나의 요즘의 복잡한 생각을 대신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유독 길었던 장마. 미세먼지 가득한 노란 하늘. 아쿠아리움에서 죽은 벨루가 고래. 마스크를 낀 아이들. 지난 4년간 보고 겪은 것들이 담겨있다"
- 페퍼톤스 7집 인터뷰 중 


이번 공연의 무대와 영상이 참 예뻤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페퍼톤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더욱 그 곡에 몰입을 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몇년 간도 많은 생각의 변화와 고민들로 요란스럽게 보낸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다가, 편안한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삶을 자처하는가 하면 마음같지 않은 순간 지치고 절망하기도 했다.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또다시 나와 내 소중한 것들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집에 돌아오는 밤이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천개의 우산을 발견하다 

페퍼톤스의 음악은 나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순간에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그리고 이번 공연을 보면서 최근 괴로웠던 마음들이 많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고 때로는 분위기를 주도해야하는 위치가 되어가면서 더더욱 내 기분과 마음을 숨겨야만 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모든 것들이 스스로 이겨내며 살아가야 할 나의 몫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어딘가 나눌 곳이 필요했었나보다. 


메마른 표정의 몹시 지친 그가이제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한다.
비틀거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거기 주저앉으려 한다
- 페퍼톤스 Give up 가사

지치고 때론 절망적이고 어둠을 노래하는 이 앨범의 마지막곡은 GIVE UP이다. “절망이여 나를 포기하여라” 라는 빛같은 가사와 함께 “천 개의 우산”이라는 단어로 이 공연은 끝이 난다. 

천 개의 우산의 뜻이 궁금하여 검색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재평님의 코멘트로는 곡을 듣는 사람이 여러가지 상상을 하며 듣길 원한 것도 있었고, 실제로도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 이 앨범 전체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했다고 했다.


수많은 절망에 직면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온다. 

이런 순간에 나를 지탱해주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었고 그렇기에 우리는 이겨내며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청춘을 노래하던 페퍼톤스는 이제 청춘을 넘어서 삶 전체를 관통하는 위로의 노래를 부르는 밴드가 되었다. 

삶은 고통이지만, 그 고통은 환희로 바꾸고 각자의 방향으로 보여주며 살아가는게 아닐까. 나의 젊은 롤모델 BTS RM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멋진 모습의 어른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역시 나의 롤모델다웠다. 나도 페퍼톤스처럼 나의 일을 좋아하는 동료와 함께 하며,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이 음악에 받은 위로를 다른 사람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뮤지컬 <웃는 남자>와 박효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