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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pr 03. 2023

일상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타이핑 필타 & 에세이 쓰기 1일차


어렸을 적부터 샤워를 하고 화장품을 신경 써서 바르고영양제를 챙겨 먹고, 주변을 잘 정돈하면서,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무난하게 사는 일들이 버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일상 속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어렵고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주말이 삭제되고 일요일 밤이 되니 자기 혐오가밀려왔다. 의지 박약이야, 이렇게 게을러서 어떡해, 이럴 때가 아닌데, 하고 계속 나를 탓하고 괴롭히다가 문득 어깨를 만져보니 몸이 굳은데다 미열이 있었다.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타이레놀 한 알을 먹자마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깊은 잠에서 깨어 눈을 떴다. 월요일 오전 10시였다. 집 안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따스한 햇볕이 느껴졌다. 열어둔 창문으로 바람이 불더니 침실의 커튼이 살짝 흔들렸다.

아파서 그랬던 거였구나.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끙끙 앓으면서 이런 것도 이겨내지 못하는 건 내가 나약한 탓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픈 게 당연했다. 힘들면 힘들어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의 탓도 잘못도 아니었다. 개운한 기분으로 몸을 일으켜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설거지한 그릇들을 정리하고, 식물에 물을 줬다. 일주일 전에 돌돌 말려 있던 새 줄기가 크고 연한 초록색 잎으로 활짝 펼쳐져 있었다. 샤워를 하고 햇볕에 바싹 마른 깨끗한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공원을 산책하며 하늘을 보고 바람을 쐬며 걸었다.

-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꺼야 중 -



밤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몸살이와버렸다. 새벽 내내 앓다가 비대면으로 약을 처방받고침대에 누워서 일을 시작했다. 오늘이 재택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시름시름 앓으면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쥐어짜내며 일을 하고 빠른 퇴근을 했다. 오늘 계획된 일들을 모두 다 해낼 수 없어 괴로웠다.

요즘은 일상이 버겁다고 느껴졌다. 며칠 째 읽지 못한 카톡들은 쌓여가고, 매일 깔끔하게 청소하던 방들도 잔뜩 어질러졌다. 요즘 많이 오버했구나.


나를 따라주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는 것도좋았고 거기에 충분히 보답해주고 싶었다. 회사의 성공에도 충분히 기여하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젊을 때 예쁜모습으로 살고 싶어서 운동도 해야했다. 어디 그것 뿐이던가. 벌려놓은 일들은 어찌나 많은지.. 거기에 체력도 안되면서 신나게 노는 것은 그렇게 좋아하는지. 몸이 10개가 아닌게 답답하기만 했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은 다 잘해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많은 것들을 하는데 만족에 찰리가 있을까.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이겨내지 못한 나에게 가혹하게 채찍질을 했다.


새벽부터 하루를 꼬박 앓고 나서 조금 나아진다는 느낌이 들 때 쯤 책에서 저 문장을 읽게 됐다. 아, 내가 그동안 계속 아팠구나. 몸이 많이 힘들고 지금의 상태가 버거웠나보다. 결국 부러져버리면 나의 속도는 10배는 더 느려져버릴텐데.

오늘은 일찍 잠에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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