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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Mar 20. 2018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나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그저 보통의 존재

그렇게 대단한 꿈도, 특별한 재능도 없었던 조용했던 나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대학교를 갔고

다른 보통의 대학생 - 취준생들과 동일한 스펙쌓기의 길을 걸어왔다.

학벌이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라도 극복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토익 900점을 넘기기 위해 토익스터디에 참여했고, 이력서에 한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봉사활동도 참여하고, 공모전에 참여해서 상도 받아왔으며, 완벽한 면접을 위해 취업스터디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나는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조금 더 당당해지길 바랬다. 

"그래도 나 정말 노력했는데, 노력하면 내 인생 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 나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처음 맞이한 세상은 냉정했고, 학벌은 줄줄이 100개의 서류탈락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유일하게 내 이력서를 받아서 읽어준 게임회사의 서비스 기획자로 입사하게 된 것은 그 와중에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그 때의 나는 정말 매우 간절함이 느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직장에서 그저 평범했던 나에게, 때로는 나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희망을 심어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고 처음으로 인정받는 그런 느낌이 좋아서, 무식할만큼 일을 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라, 그저 시간을 많이 쓸 수 밖에)


# 아직 인생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렇게 일해온 약 7년의 시간동안, 내 인생은 아주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꽤 많은 것이 좋아졌다.

다만 좀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고, 좋아하는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지겹게 30년동안 오르내리던 시골같은 언덕길에서 벗어나 평지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나도 역시 은행과 꽤 매우매우 오랜시간을 함께 해야 할것 같다. 인생한방이 꿈이었는데.)  


입사와 퇴사의 반복, 5번의 이직,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선택한 순간만큼 감정과 에너지 소모도 함께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을 겪으며 꽤 많은 시간들을 방황하면서 지내왔던 것 같다.  

그렇게 짧은 시간 많을 수 밖에 없는 에피소드를 겪으며 어느 순간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희망은 어느 순간부터 내려놓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걸 보면, 난 여전히 어떻게 보면 허황될지도 모르는,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꿈꾸고 있는 듯 하다. 


#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여전히 내맘같지 않은 요즘은 가끔씩, 오래전에 들었던 이 노래가 문득 생각난다.

2010년, 취업준비를 할 때 처음으로 공연장에서 봤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는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 회사를 그만두었다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좋아하던 언니들과의 첫만남, 그리고 다음주에 토익시험인데 공부 안하고 왔다는 나와, 사람좋은 웃음 짓던 달빛요정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이 노래의 가사와 다름없지만

그래도 이대로 끝내기엔 날 응원해주던 사람들의 한마디가 아쉬워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부족한 내가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처럼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 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허구헌널 사랑타령 나이값도 못하는 게  / 골방 속에 쳐 박혀 뚱땅땅 빠바빠빠
나도 내가 그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 걸 잘 알아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 사랑도 구역질 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 게 다 절룩거리네  
- 절룩거리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INFIELD FLY- 

조금은 특별하게 살고 싶은

지극히 평범한 IT회사 직장인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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