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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pr 14. 2018

직장생활, 꾸며진 나로 노력 하는 인생 살아가기

그리고 어느날 번아웃이 왔다. 

내향적인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난 어릴때부터 말이 많지 않고, 내향적인 성향을 지닌 아이였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있어서는 최소한 내 성향과는 반대되는 사람이 되어야만 잘 적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입사 후 신입 때부터 참여할 수 있는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퇴근 후 저녁에는 술자리에 참여하는 빈도가 매우 잦았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즐겁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지만, 집에 오면 이상하게도 항상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이 들곤 했다. 그저 몸이 좀 피곤해서라고 믿고 지냈다. 




나는 노력해야만 해

그리고 최선을 다해 일했다. 굉장히 똑똑한 편도 아니었고, 엄청난 스펙을 가진 것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템포를 맞추려면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좀 더 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가져가서 집에서 새벽까지 했고, 사회 초년생이라 이정도쯤은 힘들어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력을 했더니 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 역시 노력만이 답이야. 최선을 다해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 앞으로 더 잘 될거라는 확신을 굳게 가지게 되었다.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 = 나와 반대인 사람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깨달은것이 있다면 난 굉장히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본래 내 성향과 반대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나를 그러한 사람으로 포장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나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았고,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난 이것이 내 에너지를 서서히 깎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우울함, 무기력 = 번아웃의 시작

그런데 언제부턴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기력한 시간이 늘고, 주말엔 기절해서 잠만 자기 시작했다. 세상에 혼자 있는 느낌이 들고, 내 외모도 맘에 들지 않았고, 나는 쓸모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서 찾아간 심리상담에서 나에 대한 분석을 했을 때,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던 그래프가 기억난다. 내가 되고 싶은 나 = 실제의 나의 갭은 너무나도 컸던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만 하는 인생이라 그 마무리가 되는 종착지가 없었기에 지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로 나와 같은 패턴의 사람들이 번아웃이 잘 오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나이가 한살 한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오는 체력의 저하가, 번아웃을 더 빠르게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조금 더 솔직해지기 

여전히 변화해야 할 것이 많지만(아직도 집에 일을 가지고 가서 하는 습관은 못고쳤다), 요즘 많이 나아졌다고 느끼는건 나에 대해 전보다 솔직해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나의 내향성을 인정하고, 그리고 내향성에 대한 장점도 찾으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관계 유지를 위해 억지로 애쓰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시간을 쓰고, 정성을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최소한 그 부분에 있어서 내 마음은 꽤 편해졌다.

더 이상 반대의 나로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고, 어떻게 하면 대단히 멋진 사람처럼 보일까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그렇게도 내가 원치 않았던 내 모습이었을지라도, 그게 실제 내 모습임을 인정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그 모습을 조금만 덜 미워하고 좋아해주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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