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잠 May 16. 2018

회사, 버티지 않아도 괜찮아.

굳세게 살고 싶었는데. 

원하던 회사에 이직을 성공했다.

새로운 곳에서 더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고, 동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상적인 회사 생활을 다짐하며 출근을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매일 돌아오는건 수차례의 인신공격과 막말, 자판기처럼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치고 들어오는 아픈 발길질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버텨보려고 했다.

이전에 두 차례의 이직을 짧은 텀으로 하기도 했고, 꼭 다니고 싶었던 직장이기도 했기에 이곳의 모든 것에 나를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루에 최소 3-5회 정도의 전체메일, 메신저, 언어공격,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크게 지르는 등의 일들이 다반사였고, 다른팀에게 조금 공손하게(정확히는 약간 낮춘 자세로) 대했을 때는 어김없이 불려가곤 했다. 몇 년동안 배워오고 경험해왔던 일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고, 매일매일 하루가 얼른 끝나기만을 기도했다.



결국 못버텼네

그런 생활을 반복하면서도 버티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당시에는 짧은 텀의 이직 기간이 나의 커리어에 매우 큰 컴플렉스라고 생각했고, 그 무엇보다 "쟤는 결국 못버텼네, 인내심이 없네" 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까봐 두려웠다. 결코 신중하지 않게 결정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버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나에겐 변화가 생겼다.

외형적인 부분도 당연히 신경을 쓰지 못하니 얼굴도 안좋아졌지만, 무엇보다 아침, 저녁으로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나고, 회사에서도 몰래 우는 일이 많아졌다. 오늘은 제발 무사히 하루를 보내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출근했지만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내가 살기 위해서 맞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용기내어 퇴사를 결심한 날

나도 같이 동료를 무시하는 발언도 해보고, 결과물이 빨리 안나오면 시도때도 없이 독촉해서 결과물을 받아내기도 하면서 이곳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가니, 조금은 생활이 나아진 듯 보였다. 

여전히 인신공격은 100% 피할 수 없을 것이지만, 빈도는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원하는게 무엇인지는 서서히 알게 되었지만, 내가 일을 함에 있어 바라보는 가치와는 너무나도 반대로 가고 있었다. 


어렵게 얻은 명함을 내려놓는 것이 두려웠고, 남들의 시선이 두려웠고,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까에 대한 두려움도 컸지만, 고민 끝에 용기를 내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그 상처를 회복해내기까지는 몇년의 시간이 걸렸다.



잘했다고 위로해준 사람들도 있었고, 버티지 못한 나에게 안좋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의 결정을 지금도 후회하진 않는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내 몇년을 우울증으로 돌려주었지만, 그 시간들을 어느정도 극복해내고 나니 어려운 시간들이 와도 좀 더 잘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터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경험을 위해 나의 에너지와 감정을 갉아먹으면서까지 버티기는 것은 결코 권장하지 않는다. 

 

떠나는 사람은 그 어느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난 "회사니까 당연히 너가 참고 너가 버텨야해"라는 말을 매우 싫어한다.

회사생활은 결코 내맘대로 될 수 없고, 공평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회사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이야기이다. 때로는 일정 부분을 내려놓고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야할 때도 있다.

이런 부분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못버텼네' '회사니까 너가 버텨야해' 라는 말은 그 사람의 고민의 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다. 

힘들게 수차례의 기가 쭉쭉 빨리는 면접을 보고 집에가서 이불발차기를 하며, 고생하며 들어간 회사에서의 퇴사를 결심한 사람들의 고민의 시간은 그 어느 누구보다 길고 힘들었을 시간이다. 


그렇기에 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고통을 겪고 고민을 말하는 친구들에게는 정말 괜찮다고 말한다. 

그 친구들이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는 것도 잘 알기에 충분히 응원받을 가치가 있고, 어디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이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9와 숫자들 - 플라터너스

힘들 때 많이 들었던 앨범이라 함께 추천하는 곡으로 올려봅니다. 

예쁜 꽃들이 굳세게 피어나도 나는요 기쁘지 않아

시들 날만 떠오르는데요 어리석은 난

꿈꿀 일이 두려워 밤새 잠 못 들고도 해요 


목이 쉬도록 온종일 지저귀는 새들의 아픈 노래도

더는 들어주지 않을래요 매정히도 난

놓칠 일이 두려워 그대 손도 못 잡아줬죠


길모퉁이엔 꽈리를 튼 괴로움이 나를 기다려

타박타박 스치던 어느 사이 내 발목을 힘껏 물어대고

지난 계절에 오해와 차이인줄로만 알았고

핑계와 침묵으로만 대했던 헐벗은 추억이 솟아나 플라타너스

다 괜찮다는 듯이 너른 잎사귀 흔들어주던 플라타너스

시든 것은 너인데 비참한 것은 오히려 나야


출처: 네이버 온스테이지 https://youtu.be/t2WIVdObp_s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생활, 꾸며진 나로 노력 하는 인생 살아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