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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un 13. 2018

결혼 이후 달라진 것, 나의 가족

다들 잘 지내고 있어 

선거일 아침, 아직 전입신고를 못해서 원래 살던 동네의 주민센터로 투표를 하러갔다. 

겸사겸사 친정집에도 들르는데, 집에 갔더니 또 엄마가 뭔가 가져갈 것들을 잔뜩 싸놓고 일을 하러 갔다.

요새는 마치 옛날에 집에 있는 모든걸 다 싸주시던 할머니 시골집에 다녀오는 듯한 느낌도 든다.  


결혼이후 남의 집 같아 잠도 잘 안오던 신혼집이 이제는 가장 편한 나의 집이 되었다. 

대신 좋진 않아도 편했던 우리집이 친정집이 되었고, 30년 동안 살아도 적응되지 않았던 높은 언덕의 집은 이전보다 훨씬 더 힘들게 느껴진다. 


평지에 있는 집에 사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어쨌든 결혼을 하면서 그 꿈을 이뤘다. 

겁이 많은 내가 밤마다 무서워서 집에 뛰어가지 않아도 지금은 좀 괜찮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족들도 지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내가 없으니 자질구레한 물건을 사오는 사람도 없고 간식을 사오는 사람도 없다고 하길래 꽃도 사봤다.


이전보다 가족에 대한 걱정도 비교적 줄었다.

우울증과 불안증세가 한참 심했던 엄마도 결혼 전 병원에 함께 다녀온 이후로는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동생은 전보다는 야근을 훨씬 덜한다고 한다. 어른아이같은 아빠는 여전히 노래방을 혼자가는걸 좋아한다. 

가끔 끓여주던 정체모를 찌개도 여전히 맛있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모른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결혼 전에 상담을 받으면서 선생님께 특히 엄마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상담선생님이 냉정하게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이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여기에 아주 대단한 해결책이나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가끔은 답답하다.

어릴 때에 비하면 내 개인의 삶은 점점 나아져왔는데, 가족의 삶까지 더 나아지게 만들기엔 지금 가진 능력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에 혼자 스스로 압박감을 느꼈던 적도 많다. 


이제는 내가 결혼을 함으로 인해, 서로를 분리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연습들을 자연스레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가끔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도움들을 주면 될 일이다.


언제나 별일없이 평범한 일상들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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