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 달라진 것, 나의 가족

다들 잘 지내고 있어

by 낮잠

선거일 아침, 아직 전입신고를 못해서 원래 살던 동네의 주민센터로 투표를 하러갔다.

겸사겸사 친정집에도 들르는데, 집에 갔더니 또 엄마가 뭔가 가져갈 것들을 잔뜩 싸놓고 일을 하러 갔다.

요새는 마치 옛날에 집에 있는 모든걸 다 싸주시던 할머니 시골집에 다녀오는 듯한 느낌도 든다.

KakaoTalk_Moim_4HlBasYg1NTm1Nq1HPNf79z00KjHOh.jpg


결혼이후 남의 집 같아 잠도 잘 안오던 신혼집이 이제는 가장 편한 나의 집이 되었다.

대신 좋진 않아도 편했던 우리집이 친정집이 되었고, 30년 동안 살아도 적응되지 않았던 높은 언덕의 집은 이전보다 훨씬 더 힘들게 느껴진다.


평지에 있는 집에 사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어쨌든 결혼을 하면서 그 꿈을 이뤘다.

겁이 많은 내가 밤마다 무서워서 집에 뛰어가지 않아도 지금은 좀 괜찮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족들도 지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내가 없으니 자질구레한 물건을 사오는 사람도 없고 간식을 사오는 사람도 없다고 하길래 꽃도 사봤다.

KakaoTalk_Moim_4HlBasYg1NTm1Nq1HPNf79z00K8qHf.jpg


이전보다 가족에 대한 걱정도 비교적 줄었다.

우울증과 불안증세가 한참 심했던 엄마도 결혼 전 병원에 함께 다녀온 이후로는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동생은 전보다는 야근을 훨씬 덜한다고 한다. 어른아이같은 아빠는 여전히 노래방을 혼자가는걸 좋아한다.

가끔 끓여주던 정체모를 찌개도 여전히 맛있다.

foodpic8275752.jpg
foodpic8275753.jpg


눈에 보이지 않기에 모른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결혼 전에 상담을 받으면서 선생님께 특히 엄마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상담선생님이 냉정하게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이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여기에 아주 대단한 해결책이나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가끔은 답답하다.

어릴 때에 비하면 내 개인의 삶은 점점 나아져왔는데, 가족의 삶까지 더 나아지게 만들기엔 지금 가진 능력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에 혼자 스스로 압박감을 느꼈던 적도 많다.


이제는 내가 결혼을 함으로 인해, 서로를 분리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연습들을 자연스레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가끔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도움들을 주면 될 일이다.


언제나 별일없이 평범한 일상들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