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음악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작곡가가 류형선이 말한다. 노래를 들으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나에게 스며드는 곡이 있다. 보드랍게 마음을 감싸 안으며 꾹꾹 눌러주기도 하면서 깊이를 더해주는 그런 노래들. 노래마다 추억의 시간들이 담겨 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말해보라고 하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없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단, 너무 좋아서 반복적으로 듣는 노래들은 대부분은 조용히 읊조리는 노래, 아니면 바이브레이션이 없이 내지르는 정직한 목소리가 담긴 노래이다. 삶에서 노래를 뺀다면 그 고독하고 때로는 외로운 시간들을 어떻게 견딜까. 신이 날 때는 노래의 힘을 빌려 마음을 흥에 빠지기도 하고 서럽게 울기도 하는 역사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슬아 작가 역시 노래를 좋아하지만 노래를 할 때 두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목소리가 두 귀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 기분을 잘 안다. 내 목소리가 그 누구의 목소리보다 또렷하게 들리는 순간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형편없어 보이는지 마이크를 조용히 내려놓고 뛰쳐나가고 싶다. 하지만 작가는 노래가 자신을 사랑할 때까지 짝사랑할 것이라 한다.
“이제는 내 노래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안다.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부리기 위해 노래한다. 부르면 부를수록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지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관객들이 듣고 있고 모든 관심이 내게 쏠리면 틀리려고 해도 틀려지질 않아. 늘 내가 꿈꾸던 사람이 되어 있거든. 아무것도 두려운 게 없어.” –프레디 머큐리-
“’특이한 벽’을 만드는 데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럴듯한 벽’을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의 노련함이 필요하다.’뛰어난 벽’을 만드는 데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고, ‘완벽한 벽’을 만드는 데는 자신의 상상력과 노련함을 모두 버리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높은 단계인 ‘진정한 벽’을 만드는 데에는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 – 이휘웅<벽에 미친 할머니>
“그냥 우연히 남매가 되었을 뿐이다. 가족이어도 다 알 수가 없다.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그는 나랑 너무 닮은 미지의 타인이다. 모르면서도 너무 애틋한 타인이다.”
담백하면서도 솔직한 작가의 글에 웃다가 눈물 또 쏙 빼다가 하면서 읽어내려 갔다. 어렸을 때 할머니들과 함께 노래 교실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엇박자도 정박자도 타지 않는 자기의 길을 걷는 작가의 할머니처럼 흔들림 없는 경지에 오를 날을 기다려 본다.
“이 사랑을 계속하면서 점점 더 오래된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