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인에게 전화를 건다.
“잘 지내시나요?”
“야! 살아있긴 한 거야?”
가까운 곳에 살아도 만나기는 어렵다는 말이 정말일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이렇게 말해주면 고맙다. 아직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그래도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누구나 사는 데 바쁘다. 일하느라, 아이 키우느라, 부모님 모시랴, 살림하느라 때로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아프기도 하면서 하루를 쉼 없이 살고 있다. 당신만 바쁘게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연락을 해서 만나기 마련인데 나는 그런 사람에서 열외되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운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말로 표현하는 성격을 아니라 답답한 내 마음은 항상 고여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얼굴이나 볼까?”
“그래, 언제 밥 먹자!”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 하고 통화를 종료한다. 가장 싫어하는 말! ‘시간될 때 밥 먹자! 다음에 연락할게!’ 이렇게 말을 남기는 사람치고 다시 연락을 하는 사람을 거의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이제 한 물 간 것 같다. 상대방에게 볼 일이 있어야만 만나고 목적이 있어야만 모임을 가지는 일은 지금 시대에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지만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보고 싶어서 그냥 수다를 떨고 싶어서 그리워서 생각나서 만났던 시절이 그립다.
“뭐해? 나 와! 영화나 보자!”
어른이 되고 가정이 생기면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기는 힘이 든다. 겨우 약속을 잡아도 갑자기 가정에 일이 생기면 약속 하나 잡은 것마저도 지키기 어렵기도 하니까. 아이가 갑자기 새벽부터 열이나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 집을 못 간다거나, 남편이 일찍 들어오기로 했는데 아니면 오늘은 쉬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회사에 나가게 될 때 ‘어쩔 수 없지.’라며 돌아선 적이 수도 없이 많으니 점점 사회와 멀어져 가는 일은 자연스러워진다. 자신에게 쏟는 시간조차 부족한 지금은 누군가를 시간 내어 ‘만남’을 가지는 일이 어쩌면 부담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모처럼 쉬는 날에는 거실 소파에서 뒹굴 거리며 리모콘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기도 하고, 책을 붙잡고 음악을 들으며 글과 한 몸이 되어 읽기 싶기도 하니까.
누군가가 그리울 때는 언제일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아마도 스스로가 외롭고 힘들고 신나고 싶을 때 또는 그 사람에게 배움을 얻고 싶고 정보를 얻고 싶을 때도 연락을 하고 만나고 싶다. 점점 더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 같다.
이제 날이 따뜻하고 밖으로 나다니기 딱 좋은 계절이 오고야 말았다. 전화해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면 전해주고 싶다.
“우리 언제 밥이나 먹자!”
“그래요, 그런데 언제요?”
마음에 없는 말 그리고 기한이 없는 이런 말은 하지 말자. 누군가는 정말 계속 기다리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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