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아침 6시. 햇살은 오늘도 우리를 깨운다. 겨울이면 한참을 자고 있을 시간. 몸은 이미 계절의 시간을 부지런히 쫓아간다. 일단 눈을 뜨면 더 이상 깊게 잠을 자기는 틀렸다. 그래도 아주 가끔 30분 쪽 잠을 깊게 잘 때가 있다. 얼마나 달콤한지 매 번 나를 애절하게 붙잡는다.
‘조금만 더 자다 일어나자.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잖아.’
맞다. 아무도 늦게 일어난다고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쓰고 싶으면 쓰고 쓰기 싫으면 안 써도 된다. 그러기에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수입도 없고 가끔 나라는 존재를 의심하기도 한다.
밤 새 닫혀있던 창문을 열면 아침의 소리가 들려온다. ‘까아깍, 뻐꾹뻐국, 째액짹.’ 각 종 새들이 목청껏 소리를 내며 하늘을 빠르게 가로질러 날아간다. (우리 동네에는 아침을 울리는 수탉은 없다.) 줄지어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차들과 사람들의 빠른 발걸음. 그들의 조용한 움직임이 이미 오늘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그들의 뒷모습에서 쫓기는 삶이 보여 씁쓸하다. 오늘도 두 발을 빠르게 움직이며 치열한 아침을 맞이하는 우리는 항상 정해진 각 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무엇에 홀린 듯 따라갔지만 항상 아침은 그렇게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아침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세 가지 정도를 마치면 남은 오후는 가뿐하다. 그것을 알지만 그래도 아침에는 늘 빈둥거리고 싶다. 부산스러운 아침을 5일 동안 보내고 나면 주말에는 꿀 맛 같은 빈둥거림으로 침대나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몸은 안다. 항상 6시면 눈을 뜨는 일상을. 그래도 다시 눈을 감는다.
아침을 부담 없이 일어나 아니 맞이했던 적이 있었던 가. 엄마가 된 이후로 늦잠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내 몸이 아파도 일어나 일단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야 한다. 엄마가 아프다고 늦잠 잤다고 학교에서 아이의 결석을 지각을 이해해주지는 않으니까. 강제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가면 그제서야 ‘모닝’의 압박감에서 헤어나온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부지런을 떨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누린다. 잤다가 먹다가 구경하며 해를 따라 게을러지는 행복을 누리는 시간들.
일상을 꾹 참고 묵혀두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빈둥거릴 수 있는 여유를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이 게으르고 여유롭다면 그 행복마저도 느낄 수 없을 테니까.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하고 여유로운 휴일을 맞이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도 우리는 일터로 향한다.
‘나만 이렇게 일하기 싫은 걸까?’
‘나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걸까?’
‘나만 게으른 걸까?’
자괴감에 빠지지 말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도 아침을 살아내고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자신과의 약속, 미래를 위해, 가족을 위해, 곧 떠날 여행 계획 때문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햇살을 뒤로한 채 길을 걸아 간다.
각 자의 삶의 무게는 다르지만 우리는 비슷한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 잘 안 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울 필요도 다그칠 것도 없다. 오늘이 게으르면 내일은 부지런을 떨면 되고 그렇게 시간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나아간다.
모닝 루틴을 잘 보낸 하루, 오후에는 조금 게을러져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