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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 May 27. 2022

#11.오늘은 뭘 먹을까?

‘아침 뭐 먹지?’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고민이다. 이 고민은 자기 전부터 시작해 아침밥을 차릴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다 결국 간단하게 먹자로 결정! 언젠가부터 아침을 간단히 먹기 시작한 걸까? 

우리 집 아침 식탁은 항상 밥과 반찬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는데 어느 새 간편 식사로 바뀌었다. 학창시절부터 아침은 꼭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철학이 나에게도 스며들어 지켜내고 있었다. 아이들도 당연히 밥을 먹어야 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빵순이인 엄마가 참지 못하고 아침에 빵을 먹고, 여름에는 입맛이 없어 달달한 시리얼을 가끔 먹으니 빵을 잘 먹지 않던 아이들도 하나, 둘씩 밥보다 다른 것을 찾는다. 그 덕분에 엄마의 아침 식사 준비는 간편식으로 가는 추세다.


강사 생활을 하던 그 시절, 출근하자 마자 하는 일은 밥 먹으러 가는 거였다. 일반 직장인들과는 달리 늦게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직업이라 점심 때쯤 출근하는 우리들은 배를 채우고 시작한다.  수업이 시작되면서 퇴근 때까지 저녁을 거르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에 간식도 사다 놓고 대비를 해 두어야 했다.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역시 밥이었다. 탄수화물 가득한 밥 한 공기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면 저녁까지 버틸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니 김치볶음 밥, 김치 찌개, 김밥, 분식 등을 함께 먹으면서 다양하게 메뉴를 즐겼다.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메뉴는 베트남 쌀국수였다. 숙주나물와 절인 양파를 듬뿍 넣어 먹으면 시원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뜨끈함을 느꼈다. 후식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커피. 카페인 중독이라고 할만큼 다들 샷 추가는 기본으로 책상 위에 서너 개의 빈 용기들이 놓여있었다.


코로나도 끝나가고 일상을 회복하는 지금, 다시 혼자 점심 고민을 한다.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점심을 먹을까? 말까? 이다. 삼 시 세끼를 다 챙겨먹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었나 싶을 정도로 세끼를 먹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있었다. 하지만 평일에는 혼자 점심을 먹어야 하다 보니 거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침도 간단히, 점심도 간단히 하다 보니 저녁에는 폭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도 하지만 이제는 세끼를 꼭 먹어야 하고 아침 밥상에 꼭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다. 


하루 일과 중 먹는 일에 대한 고민과 행위가 많은 시간을 차지 한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느낀다. 

‘사람은 왜 살고 있는 걸까, 먹으려고 사는 걸까?’ 먹고 사는 문제가 이렇게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니. 잘 먹고 잘 자는 기본적인 이 두 가지가 꽤나 크게 우리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매끼 같은 음식을 먹기 싫어 하루에 세 번 또는 네 번까지 메뉴 결정에 꽤 많은 노력을 쏟는다. 


말 못하는 아기들은 매일 같은 분유나 우유를 먹지만 이유식을 시작하면 삼 시 세끼가 달라진다. 아침에는 브로콜리 소고기 이유식, 점심에는 고구마를 섞은 이유식, 저녁에는 감자소고기 이유식 등 매 끼 다른 것을 먹이려고 엄마들은 고군분투한다. 그래도 한 큐에 끝나는 그 때의 식사는 수월했던 거다. 아이들이 크니 요구하는 음식들이 다양해 졌다. 우리 집은 삼 남매라 세 명이 요구하시는 음식들이 어찌나 다양한지 싫어하는 음식도 제각각, 좋아하는 음식도 제각각이다. 엄마를 요리사로 만들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에 따라가지 못 해 매 번 진이 빠진다.


“엄마, 점심은 뭐 먹을 거야?”

점심이 끝나면

“저녁에는 삼겹살이 먹고 싶은 걸.”

“싫어! 난 라면 먹을 거야.”

“난 둘 다 싫어. 유부초밥 해 줘.”


엄마에게 더 이상 메뉴를 묻지 말아줘!! 


아이들이 학교 가는 날이면 겨우 한 끼는 면하지만 삼시세끼를 하는 것은 똑같다. 학교 밥이 맛이 없다고 하교 후 간식을 밥처럼 먹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채워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허기진 아이들의 배를 좀 채워주었으면 좋겠는데 부족하다. 사과 한 개를 혼자 먹어도 부족한 아이들인데 사과 한 조각 주고 더 달라고 하면 눈치를 주시는 분들도 있으니 아이들은 말하기도 싫다고 한다. 그리고 긴 줄을 다시 서기도 귀찮고 그냥 주는 대로 대충 먹고 버리는 모양이다. 


하루에 삼시세끼를 차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다. 한 끼당 한 시간에서 길게는 두 시간씩 걸린다. 물론 차리고 치우는 것까지 합하면 말이다. 초보 주부라면 한 끼 차리는 시간만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그만큼 손이 많이 가지만 먹는 시간은 순식간이고 그 뒤에 치워야 하는 먹고 난 그릇들이 산을 이룬다. 그러니 과연 길어야 30분을 먹는 식사 시간을 위해 공들여 식사 준비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 간단한 요리를 하는데 음식물 쓰레기가 잔뜩 나오니 매 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여름에는 또 어떠한가. 그 뜨거운 열기 앞에서 버틸 장사가 없을 듯 하다.


직장인들도 점심 때가 되면 나름 고민이다. 밖에서 사먹는 일도 몇 번이지 메뉴도 비슷하게 돌려 먹고 조미료 맛에 질릴 때도 있다. 오죽이나 질리면 집 밥이 그리울까. 도시락도 싸 와 보고 직장 내에 식당이라도 있으면 메뉴 고민이라도 하지 않을 텐데. 많은 업무를 뒤로 하고 또 하나의 고민을 짊어져야 하니 어떤 이에게는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다같이 우루루 몰려가는 직장일 경우에는 더욱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아, 나 탕수육 먹고 싶은데, 냉면 먹으려고 했는데.’ 등등 내가 원하지 않는 메뉴로 점심을 먹고 있지는 않은지……


먹고 사는 문제가 언제부터 짐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차리고 메뉴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부터가 아닐까. 즐겁게 먹고 포만감을 느끼는 행복함에 또 다시 먹는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요? 메뉴, 결정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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