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
– 정호승
하루하루가 물처럼 흘러간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핑계는 오직 하나. 춥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에너지가 넘쳐나는지 이 추운 바람에도 서너 시간은 앉아서 쉬지도 않고 계속 뛰어다닌다. 그래도 아직 자신은 충분히 놀지 못한다고 집에 가자는 엄마 손을 뿌리친다. 추워서 얼굴은 사과처럼 벌개지고 손과 발은 만지기도 싫을만큼 차갑다. 어디에서 저런 에너지가 솟아날까. 아이들과 달리 추워서 계속 발만 동동 거리고 있는 엄마인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났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단지 하나.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돌진하는 것.
이리저리 핑계를 대지 않고 몸이 시키는대로 움직이고 거기에 집중하니 아무것도 자신에게는 방해될 것이 없다. 오로지 자신 몸에서 놀고 싶다는 욕망과 그것을 바로 움직임으로 나타내는 열정만이 아이들을 서너시간도 거뜬히 움직일 수 있게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집 베라다에 있는 화분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꽃이 자랐나 싶다.
겨우내내 추워서 얼어버리고 시들어 버린 잎을 다 따주니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새 잎들이 속속이 얼굴을 내밀었다. 시든 잎을 따주지 않았다면 새 잎을 터뜨렸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은 생각만하고 있으면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마음도 우울해지고 자연히 신세 한탄만 혼자하면서 트위터에 글을 올리겠지. 아~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하지만 생각나는 대로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은 그럴 틈이 없다. 일 하나 끝나면 다른 일을 해야 하고 또 하나 끝나면 다른 일을 해야하고 그러다 보면 이것저것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 어른들은 앉을 틈이 없네라고 투덜대는 젊은이들을 보고 바쁠 때가 좋은거야 라고 하신다.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집에 우두커니 있으니 나라는 사람은 도대체 뭔가라는 생각과 우울함이 저절로 찾아온다. 사람은 어린 아이처럼 생각날 때 즉시 움직이는 실천이 없으면 죽을 때까지 생각만하다가 갈 것 같다.
하루에 단 한가지라도 내가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하루하루가 쌓이면 자신의 인생이 되어가지 않겠는가. 스스로를 타일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