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면 불안한가요?

by 늘보

1. 혼자이면 불안한가요?


12월 겨울. 퇴근 길에 살 속을 파고드는 추위에 코트를 더욱 꽉 잡고 오는 길이었다. 겨울만큼 출퇴근 길이 힘든 계절이 또 있을까. 아침에는 밤인지 아침인지 구분도 못할 만큼 캄캄한 시간에 겨우 일어나야 한다. 퇴근 길은 그래도 밤이니까. 하지만 퇴근 길은 더 춥다. 길거리에는 연말 분위기로 흥겨운 음악이 넘쳐나나 막상 나는 즐길 여유가 없다. 빨리 집으로 들어가서 쉬어야만 또 내일 출근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예전에 내가 회사를 다닐 때보다 나으려나. 강남에 작은 의류 회사를 다녔을 때 내 하루하루는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출퇴근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때의 심정은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과 같았다. 겨우 1년 버티고 나오기는 했지만 방황의 방황을 거듭하던 그 시절은 춥고 가슴 시린 날들 뿐이었다.


그 시절 퇴근 길.

트럭에서 떡볶이, 순대, 오뎅 등을 팔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 서서 먹는 따뜻한 오뎅만큼 퇴근 길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 음식이 또 있을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꼬치 하나를 먹고 집으로 왔다.


“좀 늦었네.”

항상 같은 시간에 거의 정확히 들어오는 나였다.


“응, 여기 앞에서 오뎅 먹고 왔어.”

“혼자?”


엄마가 놀라며 되물었다. 그렇다. 나는 혼자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항상 누군가와 같이 먹으러 다니고 영화를 보고 쇼핑을 했다. 길거리에서 혼자 무엇인가를 먹는 것을 보면 참 용기가 대단하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혼자가 편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누군가와 시간과 요일을 맞춰서 가는 것이 불편해졌다. 서로에게 잘 맞던 친구들도 각자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나면서 한 명 두 명씩 소원해지더라. 그러면서 차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안해서 볼 일만 보고 빨리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여유롭게 다닌다. 내가 원하는 시간, 요일을 정해 놓고 때로는 날이 좋아서, 때로는 비가 와서 훌쩍 나가기도 한다.


혼자 있는 것에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 다니면 주위의 소리가 들린다. 나같이 혼자 나온 사람들의 표정과 관심사도 볼 수 있고 함께 나온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도 같이 느낄 수 있다. 혼자 나왔지만 혼자가 아니다. 특히 영화를 보러 혼자 가 본 적이 있는가. 분명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은 영화를 보며 함께 울고 웃는 분위기에 취한다.


지금은 모든 순간을 나에게 내어주고 싶다. 멍하니 하늘을 보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있었는가. 아이들에 치여서 집안일을 하느라 회사 일을 부랴부랴 끝내느라 나에게 시간을 내어주지 못한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젊었을 때는 시간은 참 느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여없이 길고 길기만 했다. 이제는 시간이 아깝다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매일매일 다르게 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무심코 지나치던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 색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기나 하는지… 조용히 집에 있으면 밖에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가 소음이 아니라 반가운 소리로 들린 적이 있는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무리지어 날다가 수직으로 하강을 하는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본 적은 있는지. 혼자 모든 하늘이 자기 것인 마냥 유유히 날아가는 새를 바라본 적이 있는지…


모두 혼자 있는 시간에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있는 것들이다.


내가 혼자 거리에 있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바람이 나를 스쳐가듯 사람들도 나를 스쳐 지나간다. 마치 투명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처럼. 남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대로 가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사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모습 그대로 익숙해지면 나를 찾아가는 길에도 익숙해 질 것이다.


인생은 계속 걸어가야 하는 아주 긴 길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은 항상 옆에 머물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내 곁을 떠나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그 때가 되면 감당할 수 있을까. 관계를 끊어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만남을 지속하되 나에게 좀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떨까. 혼자일 때 남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유연해 질 수가 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으니까.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고 고민하는 시간.

그 시간만큼 내 마음도 한 뼘 더 자란다.

그보다 더 큰 내 마음을 마주하면 나는 두 뼘 더 자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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