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캘리그라피 BookCalligraphy
#북리뷰#에세이#캘리그라피#북캘리그라피#곽정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둠을 기다리는 사람이 될까.
언젠가 나의 생이 영원한 어둠 직전에 뜨겁게 붉어진 노을처럼 느껴질 때,
나는 지금의 이 마음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 생을 등질지 모른다.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하지만 참 잘 살아왔다라고 선뜻 말해 줄 수가 없었다.
거울을 보며 웃는 날보다 수도꼭지를 틀어놓을 때가 더 많았으니까.
기분이 좋을 때도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환호하기가 쑥쓰럽기도 하다.
흰 머리가 늘어나고 주름지는 얼굴을 계속 볼 수는 있을까?
점점 거울을 더 보기 싫어지면 어떡하지?
거울에 비친 나를 바로 보며 웃을 수 있기를......
다들 열심히 운전하는 모습이 비슷해 보이지만
그 마음 모두 같을 수 없다.
다들 열심히 사는 것이 비슷해 보이지만
그 마음 모두 같을 수 없듯이.
하루를 얻고 그러나 하루를 잃는,
어쩌면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일어나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다.
나같은 경우, 몸이 찌뿌둥하거나 날이 흐리면
눈을 뜬 순간 기분이 밑으로 가라앉는다.
그러면 그 날 아침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줄 곧 티비를 보다
즐거움의 포인트를 얻곤 한다.
하루를 잃을 뻔한 시간을
오전 잠깐의 휴식으로 오후에 다시 힘을 가진다.
24시간 짧은 하루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나의 기분과 딱 맞아 순간 흥얼거리기도 하고
누군가가 내민 커피한 잔에 응어리졌던 마음이 순간 풀리기도 하며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못나보였던 내 자신이 반짝거리기도 한다.
들쑥날쑥, 하루에도 몇 번을 요동치는 마음.
오늘은 하루를 얻었나요?
어떤 생명체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고,
우린 누구나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간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본질이다.
인정하기엔 조금 서럽고 슬프지만,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딱히 방법은 없다.
당신도 늙고, 나도 죽는다.
하지만 얼마나 좋은가, 젊음은 내 곁을 떠나고 있지만
깊은 성숙이 나에게 도래했음이.
당신은 20대로 돌아가고 싶은가.
나의 대답은 'NO'.
20대의 젊고 싱그러움이 부럽다.
하지만 그 시절에 겪었던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시 맞이하고 싶지 않다.
그 시절, 왜 마음의 여유 없이 항상 불안에 쫓겼을까.
미래를 멀리 바라볼 수 있었던 눈이 그 때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젊음은 좋지만 20, 30, 40 앞의 숫자가 바뀔수록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지금이 좋기 때문이겠죠?
생각의 노예가 아닌, 생각의 주인으로 살길 원한다.
부정적인 감정의 먹이가 되는 생각들,
나를 자책하거나 타인을 원망하는 생각들,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그 생각들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서서히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깊은 상처가 생긴 것 같다면 정확히 진단을 받아서
일단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마음의 고통을 내려놓는 처방을 받아야 하고,
조금 더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의 재활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다만 상처를 입기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가는 ‘완치’라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게 맞다.
슬픔이 모두 걷힌 자리에 찾아오는 ‘성장’은
온전히 너의 것이라고
나무가 온몸으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을 내가 알아봐 주기로,
그 안의 감정들을 받아들여 주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했지만
나는 이제 충분히 느낀다
나를 찾아오는 슬픔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어 달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너의 가치를 몰라본 사람에게 마음을 쓰기에, 이 삶이 너무 짧단다.
내가 나의 직업을 귀하게 여기고 놓지 않겠다는,
그리고 이 안에서 발전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너에게, 너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