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캘리그라피 Book Calligraphy
#아내를모자로착각한남자#올리버색스
얼마 전, 큰 아들이 코로나 때문에 초등학교 마지막을 허무하게 보냈다며 울었다. 졸업식에도 학교에 가지 못할 것 같다고 하니 엄마가 내 마음을 아냐며 우는 아들. 2020년. 우리는 낯선 바이러스 덕분에 한 해를 허무하게 흘려 보냈다. 1년 간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두 고통 받고 있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병과 싸우는 사람들은 어떨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말 못할 고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환자'라는 두 단어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올리버 색스는 환자가 병을 이기려고 싸우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까지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이 책의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경험을 곁들여 정신학적인 학문 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들어본 병명도 있고 처음 듣는 병명도 있었다. 실로 믿기 힘든 것들이어서 흥미롭기도 하고 그것을 이기고 현실을 사는 사람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병을 이기고 드디어 원만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는 환호를 했다.
"환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의 인간적인 존재 전체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는 병의 연구와 그 사람의 주체성에 대한 연구가 구분될 수 없다. 그래서 이러한 분야를 서술하거나 연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새로운 방법의 도입이 요구된다. 어떤 사람을 '바로 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근본적인 신경의 세계를 다뤄야 한다. "
환자에게 일어난 기막힌 일을 의학적으로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고 환자의 마음을 알아내려고 하는 의사의 시도가 산뜻했고 위로가 되었다. 나도 병원에 가면 항상 취조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언제부터 아팠냐, 어디가 안 좋은가를 시작으로 자신들이 내린 처방으로 어떻게 하면 된다까지. 그 이상 감정적으로 대하는 의사는 거의 없었다. 물론 모든 의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간혹 아픈 마음에도 위로를 건네는 말 한마디에 기분 좋게 나올 때도 있다.
“투렛 증후군 환자들은 아주 어린 시적부터 진정한 인간이 되는 길을 방해하는 무시무시한 장벽에 직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것이야말로 ‘경이’라고 불러도 지나침이 없지만, 그들은 싸움에서 승리한다. 살아가는 힘,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 ‘개체’다운 존재로서 살고 싶다는 의지력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자폐증 환자는 원래 좀처럼 외부 세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고립적으로 살아갈 운명에 놓인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들에게는 독창성이 있다. 우리가 만일 그들의 내면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들의 독창상은 내부에서 생긴 것, 그들이 원래 지니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글들을 알면 알수록, 그들은 다른 사람과는 달리 완전히 내부로 향하는 존재, 독창성이 있는 불가사의한 존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편견이 무서운 것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고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세상으로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 물론 함께 지내면서 불편한 점은 있지만 그들도 우리를 불편해 할 것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그 절망감과 속상함을 같이 나눌 수 없고 따가운 시선 때문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 책에서 정신학적인 것보다 아픈 사람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아닌 그들의 삶을 먼저 생각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점을 배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