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by 이정화

편두통 때문에 일어났다.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약을 먹기 위해 방 밖으로 나왔다.

들어가려다 보니 어항의 산소공급기가 요란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의 위치를 바꾸면서 열린 방문 사이에서 새어 나온 작은 불빛을 의지해 물고기를 보았다.

물고기는 지난밤처럼, 물속의 소품 사이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지난밤과는 달랐다.

내 눈에 꼬리의 움직임이 무척 수동적이었다.

나는 여과기의 전원과 산소공급기의 전원을 차례로 껐다.

내 예감이 맞은 것을 확인하고는 히터도 마저 껐다.

수면은 고요해졌고 내 마음은 불편해졌다.


거실에 죽은 물고기가 담긴 수조가 있다는 것이 내 마음을 편치 못하게 했다.


아이가 아침에 보면 충격받을 것 같았다.

그것은 내 마음이 충격받고 있었기 때문에 아들의 마음이 나처럼 이러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 것이지만 나는 아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다.

정을 들여 키운 물고기의 죽음을 이렇게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두운 거실에서 물고기의 시신을 장식품에서 빼내 들어 올렸다.

물의 반동을 이용해 물고기가 떠오르게 해 비닐장갑을 낀 내 손 위에 물고기가 올라오도록 했다.

약 이주동안 앓느라 거의 먹지 못한 물고기는 내가 일으키는 작은 물살에도 쉽게 반응했다.

내 손 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크지 않았고 이미 생명력이 없기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올 때 어떠한 반항도 없었지만 물고기를 꺼낼 때,

죽은 그것이 어떻게든 나와 닿아 있다는 사실에 나는 전율했다.


아침이 되면 아이와 함께 물고기를 묻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뒤쪽 베란다로 가지고 가 적당한 곳에 두었다.

여과기와 히터와 산소공급기를 정리하고 어항에서 물을 조금 덜어냈다.

나는 아들을 설득해 어항을 정리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시 눈을 붙이려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물고기의 시체.

그것을 보고 만진 당사자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섬뜩함.

어떻게 설명이 안 되는 섬뜩함이 어둠 속에서 커다랗게 있었다.

눈을 감고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어째서 나는 그런 감정을 느끼고 또 그런 감정 때문에 끙끙대며 돌아눕고 있는가.

애도하는 마음과는 달랐다. 이 감정에 슬픔은 없었다.


삶의 의지가 사라진 신체는 얼마나 당혹스러운가.

삶의 의지 때문에 활발하게 사용하던 신체가 모두 정지해 버린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소름 끼치는 일이다.

눈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던 아름답던 꼬리지느러미는 그저 얇고 실을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것처럼 앙상할 뿐이다.

(비늘은 많이 상했고 얼굴은 볼품없다.)

무엇보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모두 소멸되었다.

동물의 본능이 끊긴 상태.

어떠한 욕망도 없는,

그것은 물고기라는 이름을 이제 막 벗어 놓은 참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그 죽음이 아직 내 것이 아닌 상태에서 나는 살고 있는 것이다.

섬뜩함은, 삶의 이면 때문이었으리라.

내가 알지 못하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세계.

삶의 저 편에 있으면서 또 너무나 가까이에 있는.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 부른다.


죽음이라는 것에서 파생되는 온갖 감정을 농축시킨 캔디가 있다고 하자.

물고기의 시체는 나에게 그 캔디를 한 번 핥게 만들었다.



(커버는 살아생전의 물고기)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