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1열. 직관.

by 이정화

오랜만에 부모님이 다투시는 장면을 봤다.

바로 내 앞에서 엄마와 아빠는 오래전처럼 마치 내가 보이지 않다는 듯이 언쟁을 높였다.

아빠는 계속

“자기 말만 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까..”

했고

엄마는 자꾸 아빠의 말허리를 자르며

“그 말이 그 말이지, 왜 같은 말만 반복해!!”

했다.

차분히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정리를 하면 될 것 같은데 두 분은 불이 기름에 옮겨 붙듯 화르륵 타올랐다.

내가 보기에 엄마가 아빠에게 벼르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엄마의 메시지는 [항복해라. 네가 우기다가 이 꼴이 되었다.] 였기 때문에 아빠는 이 덫에서 결코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아빠는 엄마의 의도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핵심을 짚을 수 없었다.

엄마 또한 순순히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알듯 말듯한 힌트만 감정을 가득 담아 내비칠 뿐이었다.

아빠가 폭발했다.

“미쳐버리겠네!! “


이미 몸도 마음도 다 자라다 못해 노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 분위기가 무척 불편했다.

마침내 언쟁은 끝이 났고 엄마와 아빠는 내게 멋쩍어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다음날인 주말 아침, 나는 이상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주말 아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보통 주말마다 나는 마치 출근하는 것처럼 평일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한다.

커피를 사 와서 책상에 앉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한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무척 뿌듯하다.

그런데 그날 아침에 나는 벌떡 일어나지를 못하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뭔가 의욕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어버렸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머리를 감고 나왔는데 머리 말리기가 싫었다.

어쩔 수 없이 여차저차하다 보니 금세 11시가 되어 버렸다.

티브이를 켜고 소파에 앉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깨달았다.

아, 나 지금 화가 나 있구나.


어젯밤 엄마와 아빠의 싸움에서 내가 본 것은 오래도록 묵어온 미워하는 감정이었다.

미워하는 마음.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꼴 보기 싫어하는 마음이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말하는 것도, 숨소리도, 말소리도 꼴 보기 싫어하는 마음.

나는 그것을 엄마에게서 보았고

아빠에게서 보았던 것은 섬세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자기 자신 밖에는 없는 무지한 마음이었다.

무지하면서도 알고자 하지 않는 마음. 아빠는 엄마를 평생 알고자 하지 않으면서 “이해할 수 없네.”를 입에 달고 사셨다.

두 분에게 있는 이런 폭력적인 마음을 직관하면서

‘두 사람이 다툴 때마다 나는 그런 마음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사실 화가 났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두 사람의 감정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사려 깊지 않은 모습에도 화가 났었다.


세상은 넓지만 개인의 세상은 인간관계로 연결된 좁은 울타리이다.

그 울타리 안에서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나라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내 마음이 조금 삐뚤어지면 과연 내 얼굴을 보고 있는 그 사람이 그걸 모를 수 있을까.

알아주기를 바라는데 무지함이 훈장인 것처럼 드미는 뻔뻔스러운 얼굴을 보는 그 가슴은 과연 평생토록 삐뚤어지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요즘은 티브이만 틀어도 감추지 않는 서로를 꼴 보기 싫어하는 마음들이 난무하고.

나는 그런 꼴 보기 싫어하는 마음들이 꼴 보기 싫어 티브이를 꺼버리고는 한다.


인간은 진화하여 이만큼 진보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하는 행동은 늘 거기에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조금만 화를 누그러뜨리고 조금만 타협을 하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실상 거기까지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에서 누가 말했다.

마음이 내 것이 아니고 내가 마음 거라고.

언제나 못 말리는 건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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