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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Mar 26. 2021

“케이크 칼은 빼고 주세요!”

살림 속 플라스틱 줄이기

배달 어플에서 “일회용 젓가락, 숟가락은 안 쓸게요”에 체크를 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테이크 아웃 시에는 용기를 챙겨가거나 불필요한 일회용품은 받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그렇지 못할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그러려고 한다.

전자렌지에 돌린 팥찜질팩을 보냉가방에 넣어가면 순대를 따뜻하게 집까지 가져올 수 있다.

환경문제도 문제지만 이것을 받아 처리하는 일이 만만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잘 씻기지 않는 일회용기를 씻어 말려 분리수거장까지 가져가는 일보다 내 그릇을 설거지하는 일이 훨씬 적은 단계를 거친다. 물론 용기를 챙겨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여기에는 환경 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해지는 안도감을 보너로 얻을 수 있으니 이것은 마음의 번거로움을 덜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뜨거운 음식물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는 일은 특히나 신경이 쓰인다.


일단 집으로 들어온 물건은 밖으로 나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래된 나무젓가락은 구석진 서랍 어딘가에서 꽤 오랫동안 나뒹군다. 먹지 않는 소스류는 냉장고 구석을 차지하다가 결국 버려진다.

공간을 차지하고 마음을 차지한다. 제로 웨이스트보다 미니멀 라이프가 나를 먼저 움직였던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의 종착역은 결국 제로 웨이스트이다.

차츰 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이 진짜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금껏 인지하지 못한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케이크 칼이다.

4인 가족인 우리 집은 네 번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등 적어도 1년이면 여섯 개의 케이크 칼이 버려진다.

그런데 이 케이크 칼이 과연 진짜 필요한 것일까?

집에서 기념일을 챙긴다면 대부분의 집에는 칼이 있다.

칼로 자른 단면은 훨씬 깔끔하다. 스테이크용 나이프도 좋다. 어린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케이크 칼을 쓰고 싶다면 한번 받은 케이크 칼을 씻어서 커트러리 등과 함께 보관해 두었다가 재사용하면 된다.

집에 젓가락과 숟가락이 있어 일회용 수저를 거절하는 것처럼 칼이 있으니 칼을 거절했어야 했다.

단지 플라스틱 칼 한두 개가 아니다. 지구에서 하루에 몇 개의 케이크가 팔리고 몇 개의 플라스틱 칼이 버려질까?

“젓가락 드릴까요?”를 묻는 것처럼 “케이크 칼 드릴까요?”라고 물어줬으면 좋겠다.

그러기 전에는 “케이크 칼은 빼고 주세요”라는 말을 잊지말아야 겠다.


@a.m_11_00

인스타그램에 매일의 살림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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