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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Sep 29. 2021

계절 옷 정리는 하지 않습니다.

비움의 목록 중에 가장 비우기 어려웠던 품목은 단연 옷이었다. 정리에 단호했던 마음도 옷 앞에서는 백만 번 망설이게 된다. 혹시 나중에 입지 않을까?

옷에 붙어있던 가격표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도대체 얼마 큼의 옷을 소유하면 알맞을까?

답은 아마 다 제각각일 것이다. 생활방식이 다르고 옷에 대한 철학과 취향이 다른데 어찌 딱 몇 벌이라고 정할 수 있을까? 미니멀한 생활을 동경하지만 미니멀리스트처럼 몇 벌을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신 나는 공간에 옷을 맞추는 방법으로 옷을 줄이기로 하였다. 소유할 옷의 양은 내가 아닌 수납공간이 정한다.

계절 옷을 박스나 보이지 않는 곳에 수납하지 않고 한눈에 찾기 쉬운 정도면 좋다.

사계절을 가진 우리가 철마다 옷을 다시 수납해야 하는 것은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다. 어제는 추웠지만 오늘은 반팔이 필요하기도 한 애매한 간절기도 꽤 길다.

원칙은 계절 옷 정리 없는 옷장 소유하기, 그리고 한눈에 찾기 쉬운 수납

이것이 얼마나 살림을 가볍게 하는지는 해보지 않아도 짐작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옷이 좋아도 옷이 내 시간과 공간을 잡아먹는 일은 싫다. 생각보다 입지 않는 옷은 많다. 그리고 잘 보이지 않는 옷은 결국 잊힌다.


부피가 큰 아이들 외투는 각자의 옷장이 아닌 안방 드레스룸에 걸려있다. 외투가 필요한 계절이 오면 자기 옷을 가져가 각자의 옷장에 걸기만 하면 된다.

안방 드레스룸                                    큰아이방 옷장

아이가 자기 옷장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아이 옷장의 옷은 최소화하고 계절 옷 정리의 부담은 줄였다.

오래 보관해야 하는 외투 종류는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어깨 커버를 사용해 수납했다.

우리 집은 아이들 각각의 옷장, 서랍장 두 개, 붙박이장 정도의 작은 드레스룸이 하나인데 여기에 두기 불편한 정도가 되면 주기적으로 옷을 비운다. 서랍이 너무 꽉 차거나 옷 걸 자리가 부족해지면 입지 않는 옷을 찾아 비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옷장이 갖고 싶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생활은 충분히 가벼워진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하니 얻는 것에도 더 신중해 졌다.

결국 넘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은 옷도 마음에도 중요한 일이다.



보다 많은 살림 이야기를 오전의 살림 탐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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