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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Jan 06. 2022

어느 날 고3 엄마가 되었다.

새해가 되자 미루고만 싶었던 고3 엄마라는 딱지가 내게로 날아왔다. 언제나 이웃집 아는 언니의 이야기 같았던 그 일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 일은 생각처럼 멀리에 있지 않았다.

허겁지겁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 해왔는데 이제  종착지란다. 나는 아직 내릴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차창밖을 보며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시간들은 그저 간이역  개를 지나치고 나니 끝이나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후회되는 것들은 그때 영어유치원을 보낼걸..... 이런 것들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운 것은 함께 보낸 시간이다. 못다 한 이야기다. 아이는 금세 중학생이 되고 더 빨리 고등학생이 되었다. 아이는 주말에도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하느라 눈을 맞출 시간 또한 길지 않다.

어느 때고 함께 바다를 보러 나설 수 있었던 그 많던 날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인생에서 아이와 온전히 함께할  있는 하루는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 그렇게 아이로 하루를 채우던 날에는 몰랐다. 손을 잡고   많이 들판으로 나갔어야 했다.

“언제 이렇게 컸니?”라는 말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자주 맴돌아 입버릇이 되었다. 키가 크는 속도만큼이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분명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놓친 것들이 너무 많다. 엄마답지 못했던 기억들만 한아름인데 시한부 선고를 받은 기분이다.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정말 얼마 없다. 너를 위한 근사한 위로의 말들을 나는 좀 더 많이 준비해 두었어야 했다.

대학에 가고 직장을 가지고, 사랑을 하게 되면 내가 그랬듯 엄마라는 존재는 네게 점점  옅어져  것이다. 엄마의 위로보다는 동료의 위로가, 연인의 위로가 네게는  절실해지겠지.

어느 늦은 밤 와인의 취기를 빌린 남편의 말이 떠오른다. 만약 내일 당장 내게 죽는다면 첫 번째로 아쉬운 일은 못다 한 효도가 아닌  아이에게 못다 준 사랑일 거라고…….

그 고백이 나를 꼭 닮아있어서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후회로 남을  자신과 자주 대면하는 일이다. 그렇게 대면했던 나를 고이 접어 마음에 평생 품고 사는 일이다.

손주들을 보며 너무 예뻐 어쩔 줄을 모르는 노부모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놓쳐버려 아쉬운 건 젊음이 아닌 짧았던 한때의 사랑이다.

고 3 엄마는 마음이 조급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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